[DT현장] 말만 번지르한 `파괴적 금융혁신`

심화영기자 ┗ 제3인터넷銀 재시동 … "非ICT기업도 경영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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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말만 번지르한 `파괴적 금융혁신`

심화영 기자   dorothy@
입력 2019-06-03 17:53

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모두 탈락했다는 보고를 받고)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정부 의지에도 불구하고)많이 부족했다." 지난달 26일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선정이 무산된 뒤 브리핑장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밝힌 소감이다. 이날의 결과는 실리콘밸리에선 쉽게 발견된다는 '파괴적 혁신'이 우리나라 금융권엔 얼마나 가능할까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코리아핀테크위크 개최 등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드라이브에 나섰지만 결국 "자금조달 능력과 출자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평가 앞에 무너졌다. 주주구성과 자본확충의 플랜B가 없었던 것이다. 부실은행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혁신에는 책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심사위원들은 판단했다.
2박 3일 간의 심사기간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생지옥이었다고 한다. '금융혁신'의 필요성은 알지만 혁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혁신을 통한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위한 것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혁신에 따른 충돌과 부작용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혁신의 촉매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서구권까지 갈 것도 없이 주변국만 둘러봐도 일본은 인터넷전문은행 10개가 영업하고 있고, 중국도 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업 중이다. 한국만 2곳에 불과하다.

물론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에 더해 아마존, 애플,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Big Tech·기술 기반 기업집단)기업들이 '혁신적 금융공급자'로 부상하는 모습은 모바일로 대체된 금융권이 한 번 더 도약을 앞두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거대IT기업들이 거대한 자본력과 기술력, 빅데이터까지 갖추고 핀테크를 무기로 아마존의 카드 발급, 알리페이 등 혁신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다. 아마존의 구상은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는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해 신용카드 없이도 쇼핑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홍콩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터넷은행 설립 허가를 받아 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 거래기록, 소비결제 등의 빅데이터에 의존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에 따라 2.4초 만에 대출 심사가 이뤄진다.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든 금융소비자는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시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다.
금융당국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주요 당국자들은 핀테크 성지인 런던을 비롯해 금융 강국의 노하우를 이미 벤치마킹하고 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은 더 이상 혁신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인식하고 패러다임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들은 대규모 고객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활용해 간편결제나 자산관리,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만 국내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 글로벌 카드사의 임원은 "간편결제 페이가 확대되면서 기존 카드사의 텃밭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OO페이'로 해외결제가 가능하니, 환전·카드 없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여부가 미래 은행의 수익성을 철저히 좌우하게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선 금융 역시 자본주의 경제의 본성인 '파괴적 혁신'이 파고들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 블록체인과 핀테크,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금융권의 파괴적 혁신은 날로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21세기 금융과 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규제산업이라는 금융의 또 다른 모습으로 혁신에서 뒤처진다면 자칫 테크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세계 최고 혁신기업으로 인정받는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수많은 아마존 건물들 중 플래그십 건물의 이름은 '데이원'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1년인 정글 아마존에서 12년을 버틴 한 한국인은 "아마존은 모든 인류가 인터넷시대의 첫 날에 살고 있다는 데이원 정신이 지배한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도 혁신의 첫 날을 시작할 때다.

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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