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포용과 성장 사이에서 방황하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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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포용과 성장 사이에서 방황하는 혁신

   
입력 2019-06-06 18:17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차량공유서비스의 일종인 타다와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느닷없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타다를 운영중인 이재웅 쏘카 대표와의 가시 돋친 설전으로 번졌다. 여기에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대표와 한글과 컴퓨터 이찬진 전 대표가 가세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논쟁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차량공유제의 주무장관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논쟁의 당사자로 등장한 점도 있겠지만,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이 정부에서 혁신과 포용이 충돌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 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운 기술과 영업방식을 도입한 스타트업과 기존사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 유통, 도소매, 택배 등 많은 분야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사업자와 오프라인 방식의 기존 사업자가 갈등 속에서도 큰 충돌 없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가장 대표 분야인 차량공유 분야에는 유독 기존 사업자의 저항이 거세다.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는 2013년 국내 진출 2년도 되지않아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사업을 접었고, 카카오 모빌리티도 지난해 10월 운전기사용 카풀앱을 출시했으나 3개월 만에 카풀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9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도 최근 택시기사 자살을 계기로 강한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공유경제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도 우버, 리프트와 같은 차량공유 기업의 등장으로 뉴욕의 개인택시 사업자(옐로캡)의 면허 프리미엄이 폭락하고 파산신청자가 늘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택시기사도 현재까지 8명에 달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차량공유 서비스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저항이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하는 택시 산업의 수급 구조에 원인이 있지만 정치적 여론의 전달력과 조직력이 강한 택시 사업자 앞에만 서면 정치권이 한없이 약해져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들도 갈등을 겪어 왔지만 정부가 나서서 차량공유 서비스는 도입하되, 기존 택시 사업자와 공생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그동안 우버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핀란드 정부가 교통법을 개정해 택시면허 총량규제를 없애고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 택시 요금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함으로써 지난해 7월부터 우버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승차공유 서비스에 부정적이었던 일본 정부도 차량공유에 호의적인 국민여론을 감안해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를 허용했고, 이에 대응해 일본 택시업계는 택시 서비스 쇄신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 정부는 포용적 성장과 혁신성장을 추구하지만 '포용과 혁신', '포용과 성장'은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포용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혁신과 성장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고, 그 결과 궁극적으로 포용도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혁신과 포용은 어느 것이 우선하는 가치개념보다 실용적 방법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포용을 위해 혁신을 속도조절하겠다는 것은 마치 산업혁명시대 영국에서 제정된 '붉은 깃발법'처럼 혁신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증기자동차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영국은 마차를 끄는 마부들의 저항으로 의회가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는 붉은 깃발법을 제정함으로써 자동차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이 그 후 미국, 독일로 넘어가게 되었다.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도 혁신경제에 있어서는 실용적 접근으로 선혁신·후포용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 과정에서 혁신기술을 탑재한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혁신산업은 가격이나 편의성, 생산성 면에서 우위에 있고,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기존 산업을 잠식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갈등이 크다고 혁신을 늦춘다면 우리 경제는 세계적 흐름에 뒤쳐져 수출변방국으로 밀려날 수 있고, 미래의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정부는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갈등조정 사례를 국내외적으로 참고하여 범국가적 대응매뉴얼을 마련해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갈등 조정에 경험이 많은 총리실과 기획재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과거 대형마트 진출로 재래시장 상인들이 크게 반발할 때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지원과 재래시장 전용 온누리 상품권 발행 등으로 재래시장 경쟁력을 지원하면서 갈등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물론, 대형마트 영업시간 일부 규제의 효과가 별로 없고 소비자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형마트 설립을 허용 안한 것보다는 소비자 편의나 지역고용 활성화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이재웅 쏘카대표의 말처럼 "혁신에는 승자와 패자도 없다.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혁신이 성공하려면 혁신의 그늘진 곳을 찾아 갈등을 조정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또한 신규진입하는 혁신사업자도 기존 사업자와 공정경쟁을 위해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 일정한 룰 준수나 부담도 필요하다. 정치권도 목소리 큰 택시업계만 쳐다보지 말고 말 없는 다수의 소비자에도 귀를 기울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차량공유 관련 사회적 대타협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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