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미래 기술패권, 소프트웨어가 가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6/2019061002102269061001[1].jpg?var=2501 "[안경애 칼럼] 미래 기술패권, 소프트웨어가 가른다")
그러나 SW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SW 강자조차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스마트폰 OS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OS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앱스토어가 작동하려면 기술과 지배력있는 플랫폼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화웨이는 자체 OS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며 구글에 계속 구애를 보내왔다.
세계 ICT 산업 제패를 꿈꿔온 화웨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R&D 인력 8만명을 동원해 연간 15조를 기술개발에 쓰고도 SW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자체 기술·공정혁신과 수직적 공급구조를 완성하면 되는 반도체 등 제조업과 SW 생태계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제조업 위기와 혁신산업 성장통을 동시에 겪는 우리나라에 있어 SW는 화웨이보다 훨씬 심각한 '아킬레스건'이다. 국가와 산업계의 SW 인식과 투자가 떨어지다 보니 산업이 크지 못하고 똑똑한 인재들이 SW를 하려 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인재들은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카우트해 가면서 게임·포털부터 시스템통합(SI)과 SW 분야 인력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창업기업이 올라타 성장할 플랫폼과 생태계가 없다보니 실력있는 창업자들도 안드로이드나 iOS용 앱 개발에 만족한다.
과거 제조업 성장을 이끈 주역들은 디지털 혁신과 SW에 미래를 올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두산그룹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이현순 두산 부회장은 최근 우리나라 노동생산성 저하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결국 '디지털'이 대표하는 혁신투자 부족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2001~2007년 7.9%이던 국내 제조업 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5년 2.2%로 급락했는데 5.7%p의 차이 중 4.6%p가 기술적 효율화(Technical Efficiency) 부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일하는 방식부터 사업모델까지 모두 바꿔야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양 대구경북과기원 총장은 30년 전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진 일이 지금 SW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국 총장은 미 AT&T 벨연구소에 재직하면서 원자를 볼 수 있는 주사터널링현미경을 개발한 나노과학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서울대 교수를 거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국 총장은 반도체를 이을 미래 산업 SW에서 뛰는 인재가 적은 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SW 수출국인 인도와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 30년 후에는 지금과 정반대가 될 수 있다"면서 "서둘러 사람부터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차이는 15억명과 5000만명이란 인구 차이다. 화웨이에 있어 SW는 세계시장 제패를 막는 걸림돌이지만 최악의 경우 자국 시장만도 엄청나다. 플랫폼 경제를 가동할 규모가 된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SW가 없으면 국가·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성장기회를 모두 놓친다.
정부는 SW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 역시 디지털 혁신을 비용이 아닌 미래 기회로 보는 시각변화부터 해야 한다. 데이터 경쟁의 승부도 결국은 SW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아킬레스건을 미래 승부수로 만드는 치열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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