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경제도 `정정용 리더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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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경제도 `정정용 리더십` 필요하다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06-10 18:21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약 2300년 전 맹자가 활동하던 시대는 전쟁이 일상이었다. 칼과 피가 난무하고 충절과 배신이 한 끗 차이인 시대. 말 그대로 전국시대(戰國時代)였다. 희극과 비극은 서로의 위치를 바꿔가며 열국을 하나둘 삼켰다. 이젠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무역전쟁이라는 명목으로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희토류라는 생경한 자원도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학습하고 있는 시대다. 여차하면 환율이라는 '핵폭탄'도 쏘아올릴 태세다. 두 나라의 칼춤에 세계경제가 야단스럽다.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빼앗으려는 중국.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한판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중국의 폐쇄적 자본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는 속셈이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세계 경제의 99%는 트럼프에 달려 있다'. 그 책이 옳았다. 두 달 전 세상에 나왔다. '은근히 튀는' 제목이지만 딱 그 책 제목 그대로다. 저자 곽수종 한국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가 분석한 것처럼 좋든 싫든 이미 세상은 그의 의중대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 흥미로웠다. 다 늙어빠진 미국인줄 알았는데, 그 미국이 회춘하고 있단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08년 금융 위기에 빠진 미국은 당시 잠재성장률이 1.1%까지 뚝 떨어졌다. 실업률은 치솟고 물가는 떨어지면서 'D(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한파'가 불어닥쳤다. 그러나 점차 잠재성장률을 회복해 올해 2.1%까지 오를 것이라고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내다봤다.

미국의 기업투자 증가율은 더욱 극적이다.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치를 두 배로 넘어섰다. 거슬러 올라가면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법인세의 족쇄를 풀어준 탓이다. 특히 2017년 35%에 달하던 법인세를 21%로 확 끌어내렸다. 기업들은 환호했다.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기업의 자본적 지출에 대해서는 전액 비용으로 인정해줬다. 기업을 옥죄던 세제도 대폭 뜯어고쳤다. 이에 정보통신, 도·소매, 건설 관련 기업들은 대대적 투자로 화답했다.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 미국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등지에서는 US스틸, 뉴코 등 금속 관련 기업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조지아주와 테니시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도요타 폭스바겐 BMW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있다.
기회를 잘 포착하는 일본기업들도 돈보따리를 미국에 풀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켄터키와 앨라배마 공장 등에 7억5000만달러 증설 투자계획을 밝혔다. 백악관도 신났다. 지난해 4월 "지난 500일간 미국에서 새 규제 1개가 생길 때 22개의 규제가 사라졌다"고 호기있게 발표했다. 규제를 풀어 경제를 살린다는 상상력, 그들의 선택이 맞아떨어졌다.

지난 9일 새벽 폴란드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일본을 꺾은 한국이 세네갈마저 무너뜨리고 36년만에 U20월드컵 4강에 올랐다. 승리의 배경엔 감독의 전술 변화가 있었다. 경기 초반엔 답답할 정도로 밀리다가 후반전엔 정신없이 몰아붙여 상대를 무릎꿇게 한다. 정정용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실력이 비슷하거나 상대가 더 좋다고 판단할 때는 여러가지 전략, 전술을 갖고 있어야 이길 수 있다"라고.

한국경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강제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위기를 타개할 극적인 전술변화가 필요하다. 얼어붙은 기업경기와 소비심리를 풀어줘야 한다. 이제라도 실익 없는 공약은 폐기하고 합리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최저임금 지원에 벌써 60조원을 썼다. 노후보장 건강보험 헤택은 대폭 늘렸다. 60조원에 달하는 예타 면제사업을 지정해 막대한 돈을 풀 준비까지 마쳤다. 꼬박꼬박 국민들의 혈세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것에 동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미중이 무역전쟁의 전선을 중장기적 기술 패권의 문제로 확장할 경우 세계는 경제냉전의 시대로 진입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한국경제를 살릴 상상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유연한 사고와 전략을 바탕으로 눈앞의 어려움을 의연하게 돌파해내는 맹자의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그립다.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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