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하나의 중국` 뒤흔드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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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하나의 중국` 뒤흔드는 트럼프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6-11 18:07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이 중국의 '가장 예민한 곳'을 건드리고 나섰다. 미 국방부가 최근 보고서에서 대만을 다른 나라들과 같은 '국가'라고 표현한 것이다. 미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호칭한 것은 지난 6월 1일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다. 30쪽에 "대만·싱가포르·뉴질랜드·몽골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국가로 미국의 파트너"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4개 국가 모두 미국의 임무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1979년 두 나라가 수교한 이래 40년 동안 지켜온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드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는 대만 국가 호칭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7일 백악관 홈페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속에 중국이 예민하게 문제 삼는 대만 국기를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에서 졸업생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보이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대외정책의 성역인 '하나의 중국'을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2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했다. 약 1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기 미 대통령과 대만 총통이 직접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9일 뒤인 11일에는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무역이나 다른 분야를 두고 중국과 합의를 해낼 수 없다면 역대 정권이 견지했던 '하나의 중국' 정책이라는 원칙에 우리가 얽매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시사하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같은 생각으로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대만에 대한 단순한 '립 서비스'인지 불분명했다. 이제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몰랐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세계에 중국은 하나 밖에 없다는 중국의 정치적 주장이다. 1949년 국공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의 중화민국 정부는 대만으로 건너갔다. 중국 공산당은 베이징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언했다. 두 정부는 각각 자신이야말로 중국 유일의 정통 정부라고 주장하며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이어갔다. 베이징의 새 정부는 구 정부(대만 중화민국 정부)와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나라에 한해 국교를 수립하겠다는 외교 방침을 세웠다. 1971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던 대만이 그 자리에서 밀려나고 중국이 새로운 상임이사국이 되면서 '하나의 중국' 개념이 국제사회에 선포됐다. 중국은 자국과 수교하는 국가들에 이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를 모두 중국의 영토로 보고, 오직 중국만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40년간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는 것은 미·중 관계에서 최대 금기였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국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것일까.
어찌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급소를 타격해 더 많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어떻게 하면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비즈니스와 국가과 국가간 외교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이 '돈 문제'는 양보할 수 있어도 '하나의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마지노선이다.

중국이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는 것을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중국으로선 워낙 큰 문제인데다 미국 정부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고 비난할 경우 이 이슈가 국제사회에 확산될 수 있어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이런 중국 정부의 기류를 놓고 '폭풍전야'와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트럼프의 '대만 카드'가 단발적 경고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이런 기조가 공식화되면 그 파장은 태풍 급으로 커진다.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중 갈등은 전혀 다른 단계로 접어든다. 세계지도 마저 바꿔버릴것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놀랍다. 그 기세가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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