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원팀 대한민국`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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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원팀 대한민국`은 위대하다

박정일 기자   comja77@
입력 2019-06-12 18:07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12일 새벽 잠을 설친 시민들은 환호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깔끔한 결승골로 역사를 만들어낸 최준, 감각적인 어시스트를 한 이강인, 에콰도르의 파상 공세에도 골문을 든든하게 지킨 골키퍼 이광연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영웅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수면부족에 고생하겠지만,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으니 감내할 만 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정 감독의 탁월한 전술과 리더십이었다. 상대편의 허를 찌르는 '선택과 집중' 전술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 역량을 극대화 한 것은 정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힘이었다. 이쯤에서 정 감독의 팀 운영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낸 박종환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극대화 했다면, 정 감독은 '조용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동기를 부여했다.
실제로 정 감독은 이번 대회의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밀어준 것이다. 이는 정정용호의 에이스로 꼽히는 이강인 선수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아르헨티나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우리가 처음으로 하나의 팀이 된 것 같다. 가면 갈수록 형들과 코칭스태프들과 '한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원팀'이라는 단어는 정정용호를 상징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정 감독의 모습은 한 마디로 '서번트(servant) 리더십'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부하에게 목표를 공유하고 성장을 도모하면서 신뢰를 형성시켜 궁극적으로 조직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리더십이다. 하인처럼 조직원들을 섬기는, 헌신하는 리더십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정 감독은 그러나 경기에 들어가면 허를 찌르는 전술로 상대를 제압했다. 정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펼친 전술은 주로 '선 수비, 후 역습' 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찾은 뒤 후반에 상황에 맞는 전술 변화를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에콰도르전에서는 전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면서 또 한번 상대의 허를 찔렀다. 그 결과 전반에 골을 기록했고, 후반에는 에이스인 이강인을 빼는 파격적인 전술로 파상공세를 버텨냈다. 정 감독의 이 같은 리더십은 축구경기에서 뿐 아니라 국가 운영에서도 적용할 만 하다. 대한민국은 '원팀'으로 뭉칠 때 위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1998년 외환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시민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금 모으기'에 동참하는 등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세계가 놀랄만한 붉은 물결을 보여줬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난국에서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쓸 만하다. 먼저 양국의 대립 양상을 차분히 지켜보며 우리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집중한 뒤, 상황 변화에 따라 승부수를 던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 전술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우리 정치는 정정용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여당은 '적폐 청산'이라는 프레임으로 대한민국을 두동강 냈고, 야당 역시 이에 편승해 정책보다는 세력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부 노동단체들은 정부여당을 등에 업고 기업이 망하든 말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파업 등 투쟁에만 몰두하는 중이고, 기업들은 정부의 칼날이 어디로 들어올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치만 보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 포용 정책을 썼다가 소위 '집토끼'도 잃고 탄핵까지 내몰렸던 아픈 학습효과로 인해 현 집권여당이 강경 일변도로 간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편 가르기' 프레임으로 '정권'은 유지할 수 있지만, 정작 집안은 세간살이 하나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정용 리더십의 핵심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생각을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모으도록 하는 데 있다. 사실 대회 전까지 대표팀은 이강인 외에 주목 받는 선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 대한 언론의 기대치도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고의 팀을 만들었고 세계 최고 자리에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 경기에서도 주전 선수들은 아직 뛰지 못한 선수들을 챙겼고, 못 뛴 선수들은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원팀'을 볼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 지도층, 재벌 총수, 노동계 등 이 사회를 이끄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도 이렇게 한번 해보자고.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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