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密雲不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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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密雲不雨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6-13 18:11



빽빽할 밀, 구름 운, 아닐 불, 비 우. 구름은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건은 이미 조성되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빗댄 말이다.
'밀운불우'는 주역(周易)에서 유래한 성어다. 주역의 64괘(卦)중 9번째 괘인 풍천소축(風天小畜) 편에는 '소축(小畜) 형(亨) 밀운불우(密雲不雨) 자아서교(自我西郊)'라는 구절이 나온다. 즉 '소축은 형통하나 아직은 빽빽한 구름이 비가 돼 내리지 않는 것은 서쪽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라는 의미다.



중국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이 주왕(紂王)이다. 그는 포악한 정치를 펼쳤다. 은나라 삼공(三公) 중 두 사람은 주왕에게 간하다 죽임을 당했고 후에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되는 서백(西伯)도 박해를 받아 서쪽 기산지방 유리옥에 유폐됐다. 민심은 이제 은 주왕에게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으니 남은 것은 은나라를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왕이 갇혀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이후 '밀운불우'는 비가 오기 전에 먹구름만 자욱하듯이 일의 징조만 나타나고 일이 완전히 성사되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요즘 국내외 정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밀운불우'가 딱 어울릴 것이다. 우리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이고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1년을 맞이했지만북한 비핵화 협상은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마치 먹은 것이 얹힌 듯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글로벌 정세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갈등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문제로 나라가 혼돈 상태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 직전이고 베네수엘라는 아수라장이다.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와야 할 비는 오지 않으니 그 답답함이 그지없다. 소나기 같은 폭우가 쏟아져 대지를 흠뻑 적시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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