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혈액 순환 막는 판막질환](http://contents.dt.co.kr/images/201906/2019061402102269660001[1].jpg?var=2850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혈액 순환 막는 판막질환")
만일 승모판막이 역류를 막아주지 못하거나 좁아지면 좌심실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전신으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반면 폐정맥으로 혈액이 역류하면서 폐기능이 떨어져 숨이 차게 된다. 그리고 대동맥 판막이 역류하거나 좁아질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혈액 공급이 부족해 심장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동시에 과도한 혈액이 좌심실에 몰리게 되며 이를 장기간 방치하면 좌심실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게 된다. 특히 대동맥 판막질환을 장기간 방치하면 좌심실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승모판막도 2차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협착증과 폐쇄부전증은 각각 발생하기도 하지만 같은 판막에 협착증과 폐쇄부전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판막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류마티스 질환에 의한 것과 노화에 따른 퇴행성으로 나뉘게 된다. 류마티스 질환은 흔히 관절염으로 알려져 있으나 심장 판막질환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감기 등의 주요 원인균인 연쇄상구균에 의해 유소년기인 5~15세에 목감기가 걸리면 그 중 소수의 환자에서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으로 인해 심장, 관절, 피부에 염증이 생기게 되는데 성인이 될 때까지 병에 걸렸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류마티스 질환은 균에 의한 감염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균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손상돼 감염이 완치된 후에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가난하던 시절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연쇄상구균 감염이 매우 흔했고 그 중 소수의 환자들에게 나이가 들면서 판막 질환이 생겨났다. 그러나 다행히 경제가 발전하고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이제는 류마티스 질환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나 70년대 이전에 유소년기를 보낸 연령층에서는 아직도 류마티스 환자가 적지 않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퇴행성 판막질환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류마티스 판막질환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혈액 순환 막는 판막질환](http://contents.dt.co.kr/images/201906/2019061402102269660001[2].jpg?var=2850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혈액 순환 막는 판막질환")
그런데 판막질환은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판막질환의 공통적인 증상은 심장의 효율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피로감과 운동 시 호흡곤란이며 심할 경우에는 맥박이 불규칙해지고 빨라지는 부정맥을 동반하기도 한다. 진단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판막의 움직임과 혈액의 이동을 상당히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판막의 손상이 심해진 다음에야 병원에 오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치료는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지만 판막 기능이 심하게 손상되었다면 수술을 통해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하게 된다. 인공판막은 주로 기계판막을 사용하는데 기계판막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혈액이 판막에 달라붙어 응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항응고제(와파린)를 평생 복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이나 고령의 환자에게는 항응고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소의 심낭(심장을 둘러 싸고 있는 막)으로 만든 조직판막으로 수술하게 된다. 그런데 대동맥판막의 경우 최근 수술 대신 허벅지 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고무호스인 카데터로 기존 판막이 있는 부위에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타비(TAVI)라는 방법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수술에 비해 매우 간단하며 나중에 재시술도 가능한 좋은 방법이지만 이 때 사용하는 판막의 수명이 10 ~ 15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는 주로 고령의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술의 경험이 쌓이면서 타비 시술이 가능한 환자들의 범위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승모판막이나 폐동맥판막과 같은 다른 판막질환에도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미래에는 기계판막을 이용한 수술은 아주 심한 판막질환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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