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6%↑ 코스피상승률 4배
보유채권 가격 고공행진 '수혜'
예대마진 하락우려 은행지수↓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깜빡이'를 켜면서 200조원이 웃도는 채권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신이 났다.
채권금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저치를 찍으면서 채권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다. 1분기에 이어 증권사들의 채권운용 평가이익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신바람 난 증권주(株)=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증권업종 지수는 1884.95로 연초(1623.30)보다 16.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올해 첫 개장일(2010.00)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2095.41까지 약 4%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해 높은 상승폭이다.
최근 한 달 흐름은 더 두드러진다. 최근 1개월 코스피 지수가 1% 넘게 하락하는 동안 증권업종 지수는 2%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지난주 한은 총재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 총재는 최근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겠다"고 언급해 "아직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던 지난달 스탠스를 완전히 뒤바꿨다. 발언 직후 금리하락은 가팔라졌다. 한번 인하될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국고채 3년물의 심리적 하단인 1.50%마저 생각보다 쉽게 뚫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채권 평가 이익이 막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증권사의 채권보유액이 커지면서 전체 손익 가운데 채권운용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현재 전체 자산의 약 절반가량을 채권으로 보유한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집계한 작년 3월말 기준 국내증권사(국내 법인 기준) 보유채권 규모는 180조1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 3월말 대비 88%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시중금리 조정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대로 증권사들이 저마다 보유채권 확대에 나선 만큼 현재 200조원을 훨씬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물량이 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지난 1분기 300억~350억원 규모의 채권 평가 수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평가 이익기여도 증대로 각 증권사 리서치마다 실적 컨센서스를 올려잡는 추세"라며 "타사와 비교해 채권보유물량이 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상대적 이익 민감도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예대 마진' 축소 우려에 한숨 짓는 은행주= 반면 대표적인 금리인하 피해주로 꼽히는 은행과 보험사들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순이자마진(NIM) 하락 우려 등으로 은행업종 지수는 내림세다. 예대마진이 주요 수익원인 이들 종목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증권업종 지수가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성장하는 동안 은행업종 지수는 2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연초 293.89던 은행업종 지수는 현재 291.58에 머문 상태다.
증권주를 밀어올린 한은 총재의 금리인하 시그널은 반대로 은행업종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과 비교해 은행 정기예금 증가율은 10.4%로 높으나 증가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는 여건을 감안하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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