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대량 구매하도록 전 계열사에 지시한 태광그룹에 칼을 들이댄다.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휘슬링락CC(티시스)과 메르뱅으로부터 각각 김치와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경영진 2명과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에 대해서는 고발키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전 계열사를 통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 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512톤, 95억5000만원어치 구매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하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다시 할당했다.
또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아울러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총수일과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는 와인 46억원어치를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구매 포인트와 같이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계열사에 지시했으며,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이를 통해 태광 소속 전 계열사들이 2년 반동안 김치와 아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어가치를 제고한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며 "일감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시장과 와인 유통시장에서 경쟁까지 저해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 조사로 지난해 심사보고서에 올라간 하림과 금호아시아나의 결론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세한 날짜는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금호와 하림도 조만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