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기생충`이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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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기생충`이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

이준기 기자   bongchu@
입력 2019-06-17 18:08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신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부유한 계층과 가난한 계층의 삶을 높낮이 서로 다른 주거 공간을 무대로 위트 있게 풍자한 영화다. 특히 '폭우', '냄새', '계획' 등을 부자와 빈자의 삶에 대입시켜 이중적이면서 대칭적 수사로 활용해 부자들에겐 해학적 요소로, 빈자들에는 암담하고 절망적인 코드로 제시한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 인물과 그들의 삶의 공간은 세 분류다. 지상보다 낮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하층민(송강호 가족)과 언덕을 지나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마주하는 '지상 대저택'에 거주하는 최상류민(이선균 가족), 그리고 반지하보다 더 내려가야 하는 도달하는 완전한 지하에 숨어 살고 있는 '최하층민(가정부 부부)'의 거주 공간을 극단적으로 구분해 묘사했다.
하층민과 최하층민 모두 사회적·계급적 차이로 인해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인 최상류층에 의지해 계획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기생충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다. 최상류층 역시 자본에 종속돼 부(富)를 얻고 누리는 똑같은 기생충인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절묘하게 오버랩이 됐다. 구한 말 이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근근히 국가의 명운을 이어왔다. 그렇다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세 명의 인물이 거주한 공간 중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나마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컴컴한 지하에서 작은 전구에 의지해 살아가는 최빈층 신세는 오래 전에 벗어난 듯 하다. 지금은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햇빛이 주는 따사로움과 여유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반지하 생활을 청산하고, 지상으로 옮길 날을 손꼽아 기다릴 위치에 와 있지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우리는 4대 열강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나라를 잃은 슬픔과 전쟁의 상흔 및 폐허를 딛고,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반 세기 만에 세계 경제 10대국에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가장 모범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로 평가받아 개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외환위기인 IMF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 숱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다. 이런 대한민국에 짙은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영세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졌고, 내수 둔화와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생산성은 곤두박질치면서 '경제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패권으로 확전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의 현실이 다시금 캄캄한 암흑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를 향해 "우리 편이 돼 달라"고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지금 우리는 두 나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신세다. 자칫 한쪽 편을 들었다가는 간신히 면한 지하 생활로 다시 떨어질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줄곧 4대 열강을 둘러싼 정세변화에 숨죽이며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때론 이들이 우리의 숨통을 쥐고 압박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러야 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그 덕택에 이들 국가의 자본은 우리가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는 영양 공급분인 '숙주'가 돼 주었고, 우리는 그 자본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기생 생활을 통해 이만큼 성장해 왔다.

영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송강호 가족이 상류층이 캠핑을 떠난 사이 마치 지상 대저택이 자신의 집이 된 냥 넓은 거실에 앉아 때아닌 호사를 누린다. 그 호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자, 캠핑을 떠난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기 좋게 끝나 버린다.

주인을 피해 몰래 나와 폭우를 뚫고 도착한 자신의 반지하는 물에 잠겨 있었다. 만약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제때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진영 논리와 이념 갈등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지 못한다면, 송강호 가족처럼 우리나라도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모조리 잃어 버리는 참담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엄중한 시기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과 딱 들어맞는 것 같다. 하루빨리 정부는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동안 '불합격' 판정을 받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친시장·친산업·친기업의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민간 주도의 혁신성장을 가속화 시키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여야도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챙기면서 4대 열강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는 '미래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의 염원이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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