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에 쌀을 보내는 것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식량상황을 고려해 그간 WFP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달 공동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대북 식량 지원을 결정했다. 보고서에는 북한의 2018/19양곡년도 곡물 생산량이 490만t으로 전년 대비 12% 줄어들어 2008/09양곡년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돼 있다. 강수량이 부족해 6월 수확기 춘곡 생산 전망도 부정적이다. 이들 기구는 북한의 상업적 수입량 20만t과 외부 원조량(예정 포함) 2만1000t을 고려해도 136만t의 식량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WFP 등은 북한 식량 불안정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인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통일부는 "WFP와의 협의, 남북협력기금 예산, 과거 사례, 북한의 식량 부족분, 국내 쌀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지원규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또 "우리 농민들의 피땀이 배어 있는 우리 쌀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동포애와 인도주의의 명분에 부합한다"며 "국내 농민단체들도 국내 재고미를 활용한 대북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다만 식량 지원이 UN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 제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은 UN 안보리 결의에서도 제재의 예외임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한미 간에도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동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쌀은 한국 항구에서 WFP에 인계된 뒤 WFP가 북한까지 운송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북한이 쌀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최소화고자 포대에 '대한민국'을 명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대북 수해 지원용으로 쌀 5000t(40억원 상당)을 직접 북한에 지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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