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진짜 경기부양책은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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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진짜 경기부양책은 규제개혁

김승룡 기자   srkim@
입력 2019-06-19 18:23

김승룡 경제팀장


김승룡 경제팀장
지난 1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3층 311호 브리핑룸. 여기저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마이크 앞에 섰다. 성 장관은 2030년 우리 제조업의 실질부가가치 789조원, 세계 일류기업 1200개, 세계 4대 제조강국 등을 목표를 내건 관계부처 합동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제조업의 스마트화, 친환경화, 융복합화를 추진해 미래차, 로봇, 바이오 등 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기존 주력산업은 혁신을 통해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전략 발표내용의 골자다. 이를 위해 인재 양성, 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 세제 지원 등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성 장관은 밝혔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은 발표 이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 제조산업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경쟁력이 추락하면서 '제2의 반도체 신화'라고 하는 제조업 부활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살아야 질 좋은 일자리가 늘고, 소비가 늘어 전체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위 문재인 정부가 제1 국정 과제로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본적 처방전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측 때문에도 이번 발표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2030년 우리 제조업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일종의 희망 섞인 선언만 있었지, 비전을 달성할 구체적인 실천 전략은 부족했다.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근거도 매우 미흡했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과 대부분 내용이 중복돼 여기 저기서 이번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과 저번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차이점이 뭐냐는 기자들 질문이 이어졌다. '전략 짜깁기'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이날 전략에는 제조업 부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졌다. 바로 규제 개혁과 획기적 세제 혁신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택시 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 '타다'의 갈등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신산업은 규제 개혁이 우선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정부도 규제 개혁, 재계도 규제 개혁을 외쳐댔지만 정작 피부로 체감할 규제 개혁은 찾기 어렵다. 국회는 규제 개혁 관련 법안 처리는 고사하고 정쟁에 매몰돼 '개점 휴업' 간판만 계속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가까운 관세 전쟁, 보호무역 정책에도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미국 제조업이 화려한 부활 신호탄을 쏘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과감한 법인세 인하 등 세제 혁신 때문이다. 일자리가 넘쳐나 수많은 기업들이 청년들을 서로 뽑아가려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제조업 부흥도 역시 정부의 과감한 세제 지원과 규제 개혁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세제 지원과 관련해 성 장관은 신산업과 낙후 지방투자에 대해 세제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향'에 제조업 투자 세제 지원책이 담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 상속세 폐지 등의 획기적인 세제 개편은 아니다. 제조업 관련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늘리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세제 지원으로 과연 해외로 떠나가는 제조업체의 발길을 붙들 수 있을까. 나갔던 기업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법인세를 4%포인트만 낮춰도 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한 경제연구원의 보고가 있었다. 법인세를 대폭 깎아줘도 국내에 투자할까 말까인데, 찔금 투자 세액공제 늘려준다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4~5년 전부터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유턴기업' 지원정책이 시행됐지만 돌아오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해외로 나가면 법인세 면제에 부지 30년간 무료 사용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곳이 즐비한데, 높은 인건비에 인센티브는 초라하고 노조의 무소불위 권력에 시달리고 싶은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민간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됐고,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고꾸라지고 있다. 빠른 저출산, 고령화 영향에 내년부터 생산성도 크게 하락한다. 실업률은 역대 최고다. 추경 6조7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하고 하반기 정부의 재정 투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당장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81만개 공공 일자리 창출 등 단기 처방만으론 '소주성'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제조업 르네상스가 '소주성'의 꿈을 이뤄줄 근본적 해결책이다. 정부와 국회는 진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규제개혁과 세제 혁신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재정 투입 확대보다 훨씬 좋은 경기부양책이 될 것이다.

김승룡 경제팀장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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