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쳐서 작은나무 맞추는 것 평등아냐, 작은나무 자라게 해야" [이석연 前법제처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기자 ┗ [이규화 칼럼] 文대통령과 仁祖 그리고 이승만

메뉴열기 검색열기

"큰나무 쳐서 작은나무 맞추는 것 평등아냐, 작은나무 자라게 해야" [이석연 前법제처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6-20 18:09

反헌법적 경제이념 펼치는 정부 정책이 큰 문제… 자유를 대신한 평등은 의미 없어
현재 경제위기는 불확실한 정책이 원인… 어려운 사람 돕겠다면서 오히려 상처만 줘
시장질서·법치주의에 어긋난 방향성 바꿔야… 文정부는 '도자기 가게에 뛰어든 황소'


이석연 前법제처장·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석연 前법제처장·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이석연 변호사는 진보와 보수의 극단적 대립에 대해 진보는 천박한 영웅주의를, 보수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버리라고 일갈한다. 중도에 대해서도 "무언가 해야지 무엇이 떨어지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유와 자율을 무시한 하향평준화를 탈피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창의와 개성, 활력도 꽃필 공간이 사라질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변호사는 "자유 속의 평등이어야지 자유를 대신하는 평등, 자유 없는 평등은 북한 같은 실패한 체제에서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나라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것은 "나를 키워줬고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줬던 나라와 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던 분들에게 가져야 하는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담=이규화 논설실장

-지금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대립이 첨예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가장 큰 병폐를 하나씩 지적할게요. 지금 진보진영, 정권을 끌어가고 있는 진보진영은 진정한 의미의 학문적 진보가 아닌 통속적 의미의 진보지요, 이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들만이 정의를 독점하고 그 정의를 구현한다는 독선에 사로잡혀 있어요. 천박한 영웅주의라고 봐요. 편협한 우월주의를 벗어나야 합니다. 보수는 자기희생의 정신이 없어요. 양지만 찾아다니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있어요. 이 사람들이 언제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에서 눈물을 흘려봤나요? 스스로 선택과 결단을 해서 무언가 해야지 무엇이 떨어지는 것만 기다리는 사람들이에요. 내가 시민운동을 하며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 양자의 폐단을 버려야 합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저를 많이 찾아와요. 제 자랑이 아니라, 오늘도 점심을 그런 몇 분과 같이 했는데, 그 분들이 저한테 왜 가만히 있느냐 그래요, 나라가 이런데. 옛날 시민 운동할 때처럼 하면 자기들이 밀어 주겠다 그래요. 그 분들은 자기 분야에서 경력도 많고 다 전문가이고 또 정치를 안 한 분들이에요. 제가 앞장서면 돕겠다는 사람이 많아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도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저도 참 걱정이 많이 돼요. 그런데 저도 옛날 시민운동 할 때처럼 나서고 그럴 상황은 아니고. "

-이념적 간극을 메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사회 원로그룹이라 할까, 이런 분들이 정파를 떠나서 나서야 한다고 봐요. 이름만 만들어주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필요해요. 하지만 내가 나서면 내가 한 자리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내가 대표를 해야 한다. 이런 게 특히 보수 진영에서 심해요. 나는 이제 60대 중반에 들어서지만, 이 나이에도 많다고 보고 집을 지으면 뒤로 물러나려고 해요. 사람은 욕심내는 거 다 똑같은데 특히 보수원로들이 더 심해요."

-보수 속성을 나무라셨는데,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선전할까요? 작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고 한 것처럼 한국당이 혹시 변호사님을 영입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럴 리도 없고요.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한국당에 한 마디만 하고 싶어요. '큰 틀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대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이 꽉 막힌 상황에서 결집해서 무엇을 한다고 하면 또 수렁으로 빠질 수 있어요. 자기 욕심을 버려야 해요. 지금 국회의원 가운데 영혼이 없는 사람들 많아요. 재선, 삼선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려는 사람들이에요. 정말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 몇 십 명만 해가지고 어느 분야에서 딱딱 대안을 내놓고 싶은데, 그 자체가 편파적으로 무언가 하겠다는 것으로 비치니까 정말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지켜보고 있어요. 중도라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기한테 떨어지기만을 바라면서 중립적인 인물이라며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 중도가 아니란 말이지요. 열심히 노력하고 무언가 하려고 하는 것이 중도입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선택과 결단을 자기 스스로 창출해야 합니다, 고독하게. 때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헌법적 자유주의라고 자칭하시는데, 구체적으로 헌법적 자유주의는 무엇인가요. 현재 한국사회에서 자유를 주장하면 보수, 심지어는 극우라고 매도당하는데요.

"잘못된 거지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양축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법치주의가 채택되고 있어요. 이것에 의해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누리는 데 있어요. 자유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해온 최선의 제도예요. 이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어요. 사회민주주의 계획경제를 실험했지만 실패했잖아요. 이 보다 나은 체제가 있다면 저는 찬동하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유와 자유시장은 체제 지향점일 뿐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예요. 이것을 뒤집는다? 북한 체제, 계획경제 실패했잖아요. 그런데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는 게 어떻게 보수가 돼요? 저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자체가 반(反)헌법적이라고 봐요."

-대북정책도 우리 헌법의 틀 아래에서 추진해야 하지 않습니까?

"헌법에 보면 통일을 추구하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서 추구하라고 했어요. 체제적으로 볼 때는 분명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두 축으로 가라고 했단 말이지요. 그에 반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위헌입니다. 이것은 우리 헌법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유라는 것은 평등과 항상 같이 가는 이념입니다. 자유를 전제로 한 평등이어야지, 자유 대신 평등은 의미가 없어요. 자유 속의 평등이어야지 자유를 대신하는 평등, 자유 없는 평등은 우리가 북한체제에서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자유 대신 평등만 강조하다보면 또 다른 독재가 나오게 됩니다. 경제정책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시행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무언가 만들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소득이 없어요.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모양새거든요. 심지어 김정은의 대변인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문 대통령이 평화를 정착시키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봐요. 지향점은 맞아요. 국민 전체에 대한 안위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국민은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통일정책, 대북정책, 외교정책 등에 관해서는 토론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해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종적인 헌법적 수권을 갖고 있어요. 헌법 76조.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합의 것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하거든요. 따라서 어떤 국민적 합의를 안 거치거나 국회에서 자유로운 토론과정을 생략한 채 정권적 차원의 독단이나 밀실 행위에 의한 통일정책, 대북정책은 위헌적 행위로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 못 받는 거예요. 아무리 목적이 중요하더라도 헌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거든요. 판문점 선언에 기초한 9·19 남북군사합의서 이런 것도 헌법상 국가 안위에 관련한 사항이고, 국민과 국가한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체결 기준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헌법적 효력이 없는 거예요.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국민들의 동의가 많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 대북, 통일 정책은 여태까지 한건주의를 하려고 밀실에서 다했어요. 물론 처음에는 그렇게 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진전되면 국민의 의사를 물어라, 국민투표에 회부하라고 했어요.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기속재량이에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처럼 나가면 위헌적인 행동이 될 수 있어요."

-현재 개인의 재산권을 간섭하는 여러 가지 시도가 일어나고 있어요. 자유보다는 평등이나 분배에 치중하고 있고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근로시간을 강제 단축하며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요.

"헌법적 차원에서 경제정책의 문제점, 어떤 것이 헌법 합치적인가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 드릴게요. 지금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고, 소득분포가 양극화돼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선 정책이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멍에가 되어가지고 양쪽 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그 원인을 다른 데서 찾고 그렇지 않다 주장하는데, 저는 우리 경제가 왜 그런 위기에 처했냐 하는 원인을 국가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데에 있다고 봐요. 시장경제는 우리 경제의 기본원리입니다. 헌법 제119조 1항에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어요. 자본주의에 입각한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기본을 선언한 거예요. 시장경제라는 것은 신뢰와 예측가능성이 없이는 성립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어요.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기본 이념 및 질서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에 들어서 계속 헌법의 자유시장 경제이념에 반하는, 또는 소위 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요."


-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가 헌법이 규정한 유일무이한 체제인가요?

"시장경제질서의 법치주의라는 의미는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거나 경영을 통제하려면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고 반드시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헌법 126조 시장주의적 법치주의입니다. 함부로 막 민간 기업에 간여해갖고 오라 가라 못 하게 돼 있어요.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한 것 중에 아주 기념비적인 판례가 하나 있어요. 5공 전두환 정권이 당시 국제그룹을 강제적으로 해체했어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공권력에 의한 경영권 불간섭 원칙을 천명한 겁니다. 정부가 간여해 은행의 담보권 실행 등으로 강제로 해체한 것은 헌법이 정한 민간 기업의 경영의 자유, 자유 시장 경제원리, 평등권, 재산권을 침해해서 위헌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 뒤로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분배라는 이름, 공익이라는 이름, 약자를 돕는다는 이유로 간여하는 것은 모두 위헌일 소지를 안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간여해서 나온 몇 가지 정책이 있는데, 그 정책들이 지금 실패하고 있다고 봐요. 경제성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시민단체들의 표피적 주장만 가지고 밀어붙이는 탈원전 정책 같은 것들이 그런 겁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87체제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힘을 발휘해왔고 현 정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헌법 체계상 아주 예외적인 게 국가는 사회정의와 경제주체간 조화 발전을 위해서 독과점을 방지하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라고 한 거예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119조 2항인데 '할 수 있다'고 한 겁니다. 1항은 '기본으로 한다'고 돼 있고요. 시장경제가 대한민국 경제질서의 기본이라고 한 거고, 2항에서 예외적이고 보충적인 규정을 한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여기서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써가지고 경제도 민주화 대상이냐는 질문을 낳았어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경제는 민주화 대상이 아닙니다. 경제민주화를 썼던 당시 김종인 씨 말을 들어보면 경제민주화는 그런 의미로 도입된 게 아니다 그래요. 기업지배구조의 민주화를 위해서 들어간 거라고 해요. 그런데 그 분도 나중에 경제민주화라 해서 이런 거 다 집어넣고 했지만, 나하고 얘기할 때는 벌써 10여년 전인데 그런 얘기를 합디다. 경제 자체를 민주화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경제적 영역에서 평등주의를 강조하게 되면 시장경제는 성장동력, 역동성을 상실합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1인1표 절대적 평등이 필요해요. 그러나 시장경제는 '1원1표'입니다. 민주화 대상이 아닙니다. 기회의 균등은 보장돼야 하지만 경쟁의 결과 불평등은 불가피한 거예요. 놀고먹는 사람이나 편승해 사는 사람이 나오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고 이후 틈틈이 되풀이 말하고 있습니다. 기회의 평등은 쉽게 이해가 가지만 결과가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갑니다.

"경쟁의 결과 뒤처진 계층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평등, 분배 문제의 기본은 큰 나무를 쳐서 작은 나무에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금방 됩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위법행위가 없는 한 그대로 두고, 작은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상향조정식이어야 합니다. 잘 나가는 사람이나 중산층을 깎아내려 다수 국민의 배아픔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아주 놀부 심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러면 표를 많이 얻어요. 나라 망합니다. 경제정책 뿐 아니라 교육정책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모든 영역에서 평준화시키고 그에 따른 위험부담을 일원화시키는 것은 지나친 거예요. 이건 뭐냐면 인간의 맹점 중 하나인 평등의식을 자극해가지고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정치적 발상이에요. 경제의 정치화현상입니다. 표를 갈라놓으면 이쪽이 더 많아요.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것만큼 인간으로 하여금 못 견디게 하는 게 없어요. 이걸 교묘하게 이용해서 표를 많이 얻으려는 것, 그리고 세금을 많이 걷어가지고 막 퍼부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육도 문제가 많습니다. 내가 자율형 사립고 헌법소원을 내서 반은 이기고 반은 졌지만 잘 나가는 학교는 그대로 둬야 합니다. 어려운 학생들한테는 장학금 줘서 교육시키고. 각자 타고난 재능 덕성 지능이 있잖아요, 여기에 맞게끔 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에요. 처음부터 공부 잘 하는 학생, 못 하는 학생 같이 놓고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재능 덕성 지능)에 따라 맞게 하는 것이에요."

-정작 가장 심각한 국가적 과제는 수십 년간 지속돼온 평준화 교육이라는 지적을 많은 지식인들이 하고 있습니다.

"수재가 나와서 이끌어 가야 하는데, 언제 노벨상을 받고 무얼 하겠어요. 중국도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시험이 있잖아요. 중국 전역이 들썩들썩해요. 좋은 학교 들어가서 능력 발휘하고 출세하고 잘 살겠다는 거지요. 이걸 억눌러서 교육을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안 된다고 봐요. 지금 정부가 무엇을 내놓고 또 무엇을 무너뜨릴지 몰라요. '도자기 가게에 뛰어드는 황소'라는 표현을 제가 전에 쓴 적 있는데, 지금 정부가 그러고 있어요."

-도자기가게에 뛰어든 황소처럼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이전 정부 사람들을 잡아넣고 있는데요.

"적폐라는 초헌법적 개념을 내세워서 그러면 안 돼요. 저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저는 MB정부 내부에서도 비판을 많이 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밉보여서 별 (나쁜) 얘기를 다 들었어요. 박근혜 정부 때도 내 얼마나 비판을 많이 했습니까? 나는 전전 정부와 전 정부 때 비판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 전전 정부와 전 정부를 상대로 한 소위 적폐청산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요, 비판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때 한 자리 더 하려고 충성을 했던 사람들이 지금 적폐청산을 욕하고 그러는데, 자격이 없습니다."

-적폐청산이 지금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적폐청산이라는 불확정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이 초헌법적 개념이 되고 있어요. 전 정부든, 전전 정부든, 전전전 정부든, 그 전전전전 정부든 잘못이 있고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공소시효가 남아있거나 법적 요건이 되면 처벌하는 건 당연해요. 그런데 왜 전 정부와 전전 정부만 적폐고 전전전 정부, 전전전전 정부는 적폐가 아니냐는 거지요. 말이 안 돼요. 현 정부 환경부 장관도 재판받고 있는 것도 적폐 청산이란 말이지요. 그래서 적폐청산 자체도 불확정 개념으로서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개념이다, 더 이상 그런 말 쓰지도 말라고 했어요. 사자성어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취모멱자(吹毛覓疵), 털을 불어대면서 흠을 꼼꼼히 찾는다는 뜻인데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만연된 별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금언 같아요.

"별건 수사는 형사소송법 상 위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과거로부터 해왔고 이 정부도 하고 있는 건데, 어느 정부만 딱 지정해놓고 거기서 하는 것은 적폐라 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접근이라는 것이지요. 다음 정부까지 계속 이어지면 국가가 어떻게 되겠어요? 젊은이들한테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을 갖도록 이제 안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과거부터 계속 비판을 해왔기 때문에 직언을 하는 거예요. 직언을 하려면 현직에 있을 때 하라고 했거든요. 사마천 '사기'(史記) 악의열전(樂毅列傳)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충신은 그 나라는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나타내기 위해 군주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다고 했어요. 나는 군자도 아니고 충신도 아니지만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이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예요. 내 쓴 소리를 '저 사람 전 정부 사람이고 보수 쪽이니까' 그렇게 말하면 나를 모독하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안 살아왔어요. MB 정부 때 탄압이랄까 눈 밖에 났던 것이 다 기록에 나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떳떳이 얘기를 할 수 있는 겁니다."

-법제처장을 오래 하셨어요.

"만 2년6개월 했으니 MB정부 절반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나름대로 MB에 대해서 쓴 소리를 했어도 MB는 끝까지 지켜보면서 내 말에 조금이나마 귀를 기울였어요. 그런데 말대로 했더라면(조언을 들었더라면) 지금 저런 비참한 상황은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참 안타까워요. 안타까워요. 가장 중요한 것이 지도자라는 것은 주변에 어떤 사람을 쓰느냐,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요. 부지기군 시기소사(不知其君 視其所使), 그 군주를 모르겠거든 그가 쓰는 사람을 보라 했어요. 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거든 그 대통령이 쓰는 참모나 장관들을 보라, 그리고 또 그 지도자, CEO를 모르겠거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쓰는지를 보라고 했어요. 아주 명언입니다. 또 군인즉신직(君仁卽臣直), 자치통감에 나오는 말인데 임금이 어질면 신하는 곧다고 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직언하는 신하가 있으면 어진 임금, 성군이 나온다 했어요. 또 하나 사기에 나오는 말 중 안위재출령 존망재소용(安危在出令 存亡在所用)이라고 나와요. 국가의 안위는 어떤 정책에 내느냐에 달려 있고, 국가의 존망은 어떤 인재를 쓰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어요. 이것도 명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문 정권 사람들이 이런 고전을 읽는지 모르겠네요.

"고전에 수기치인과 치국의 지혜가 많아요. 열국지라고 있어요. 550년 춘추전국시대 역사를 다룬 책인데, 마지막 부분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고금의 역사를 보라. 자고로 흥하고 망한 나라를 보라. 관건은 어진 인재 신하를 등용했느냐 아니면 간신을 썼느냐에 달렸도다.' 이 말로 끝나요. 인재를 잘 쓰라는 거지요. 다 아는 건데····. 나는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귀에도 안 들어갈 거예요. 마이동풍이라고요. 그리고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신하나 인재는 숨고 자기를 드러내는 간신들이 앞에 나와서 귀한 몸이 된다고 했어요. 정권이 망하려 해도 그런 거예요. 이게 다 사기에 나오는 얘기예요. 이런 것을 읽고 자기를 돌아봐야 하는데, 안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변호사님처럼 나라를 위해 좌고우면 않고 목청을 높이시는 분들이 많아야 할 텐데요.

"다시 한 번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심 중이예요. 그렇다고 정치를 하거나 어디 한 자리 하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앞으로 10년 후 원로로서 '저 사람은 소신 있게 일관되게 걸어왔다'라는 소리를 들을 뭔가를 구상하고 있어요,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고.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 한 50명, 정말 공평무사하고 원로로 대접받는 분들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것이 나온 것은 없고요. 무언가 좀 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키워줬고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줬던 나라와 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던 젊은이들과 원로 분들에게 가져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