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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吹毛覓疵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6-20 18:09



불 취, 털 모, 찾을 멱, 흠결 자. 남의 허물이나 약점을 악착같이 찾아내려는 행위를 말한다. 수북한 털을 입으로 불어가며 작은 흉터를 샅샅이 찾아낸다는 뜻으로, '한비자'(韓非子) 대체편(大體篇)에 나오는 말이다. 원전은 취모이구소자(吹毛而求小疵)로 전해진다. 취모구자(吹毛求疵)라고도 한다. 취모이구소자에 이어지는 구절이 불세구이찰난지(不洗垢而察難知)다. 때를 씻어 알기 힘든 상처를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국시대 엄격한 법치를 강조한 법가(法家)사상의 중심인물 한비(韓非)가 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각별하다.
한비자 대체편은 군주와 신하의 관계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군신간 순리에 따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군주와 신하의 관계도 남의 허물과 잘못을 드러내는 것보다 장점을 치켜세워주는 것이 이롭다는 경구다. 흔히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우리 속설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흠을 찾아 들추어내려 작정하면 배겨날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자기의 들보 같은 허물은 모르거나 일부러 눈 감고 남의 흠은 꼬치꼬치 캐려드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것을 경계하라는 격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 정부 사람들을 직권남용이라는 죄목으로 닥치는 대로 감옥에 잡아넣고 있다. 명백한 위법은 마땅히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혹여 잘못이 있든 없든 먼저 탈탈 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검경의 수사에서도 본건에서 위법이 발견되지 않으면 별건 수사를 해 잡아넣는 게 그동안의 폐습이었는데, 이 역시 반성할 대목이다. '취모멱자'는 지금 세태를 잘 반영하는 사자성어인 셈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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