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합의를 2시간 여 만에 뒤집어 엎자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해왔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큰 상실감에 빠졌다.
오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국회의장의 중재를 거쳐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서명하고, 국민 앞에 공표까지 마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한국당 강경파는 정상적인 국회와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한순간에 짓밟아버렸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한국당이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를 부결한 이상 이후 국회 파행의 책임은 온전히 한국당이 져야할 몫"이라며 "이제 한국당에게 남은 선택의 기회는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하느냐, 아니면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국회 밖에서 계속 목청만 높이느냐, 둘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특히 더 이상 한국당에 끌려다니는 협상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최대한의 인내를 발휘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 중재할 내용이 사라진 이상 바른미래당의 중재자 역할도 여기서 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참여여부와는 상관없이 합의문에 기초해서 국회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진행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오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 불가를 이유로 합의안을 번복한 한국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찬반은 있다. 그러나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라는 한국당의 강경파 요구는 애당초 수용되기 힘든 무리한 주장"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밖에 없었던 원천적인 이유가 한국당의 '침대축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정당들이 한국당이 철회를 요구한다고 하여 그 요구를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단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최종적으로 각 당의 안을 종합해서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문안을 어렵게 도출해냈다"면서 "한 달이 넘는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합의문이 거부당한 이상 여기서 새롭게 협상할 내용이 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 원내대표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력은 하겠지만 제가 판단하건대 한 달 동안 협상을 중재했던 입장에서 또다른 중재안이 있을까 회의적"이라며 "한국당 스스로 결단하는 것이 가장 빠른 국회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한국당을 향해 '뒤집기의 끝판왕', '자유내맘당'이라도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김 대변인은 논평에서 "스스로 공당임을 포기한 한국당의 뒤집기가 꼴사납다"면서 "이쯤 되면 한국당은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