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다른 세계는 `남쪽`에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6/2019062602102269061001[1].jpg?var=3201 "[논설실의 서가] 다른 세계는 `남쪽`에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우에하라 지로는 도쿄에 사는 먹성 좋은 소년이다. 그에게는 특이한 아빠 이치로가 있다. 말썽만 일으키고 이상한 말만 해대는 아빠다. 아빠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며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엄마가 찻집을 경영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아빠는 전공투(全共鬪)세대로 당시 '전설의 투사'였다. 지금도 그 정신은 살아있다. 수학여행비가 비싸다고 불쑥 학교를 찾아와 "비리 냄새가 난다"고 난리를 피운다. 아빠가 자주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학교는 안 가도 된다." "콜라나 캔 커피는 미국의 독이니 마시지 마라." "법률 같은 건 인정하지 않는다." "기꺼이 '국민'을 그만둘 용의가 있다."
그런데 한 살인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되면서 가족은 도쿄에서 살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결국 아빠는 남쪽으로 '튄다'. 아빠의 고향 오키나와 본섬에서 멀지 않은 한 섬으로 가족이 이사한다. 아빠는 섬에 가더니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매일 밭에 나가 일하며 자급자족 생활을 꾸려 간다. 전기도 없는 생활이지만 지로는 행복하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삶도 잠시, 아빠는 다시 투쟁을 시작하신다. 섬 개발을 계획하는 리조트 건설회사와 싸우는 것이다. 이제 지로의 눈에는 '저항하는 아빠'는 이해하지 못할 대상은 아니다. 아빠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빠는 남들 눈엔 사회부적응 골칫덩이로 보이지만, 사실 아빠는 신념을 잃지 않고 소신껏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이 소설은 초등학생의 눈으로 본 가족을 그린 어른용 작품이다.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저자는 무거운 현실의 문제를 가벼운 웃음 속에 능숙하게 녹여내는 재주가 있는 작가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해학과 위트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들춰내고 조망한다. 이 소설의 주제 중 하나는 이치로의 이 말로 표현된다. "이건 아니다 싶을 때면 철저히 싸워라. 져도 좋으니까 싸워라.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 고독을 두려워 마라. 이해하는 사람은 꼭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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