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대통령님, "Mr"와 "스미마생"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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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대통령님, "Mr"와 "스미마생"이면 충분합니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6-25 18:16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방일한다. 인터넷 여론 장에서는 작년과 재작년 G20, APEC, ASEM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홀로 서있던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상들의 기념촬영 시간에 혼자 아무 말도 않고 맨가장자리에 서있는 장면이 국내외 인터넷에 떠돌았다. 외국 정상들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교제하는데, 외톨이 된 우리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기분 좋았을 국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작년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문 대통령은 호스트인 아르헨티나 마크리 대통령을 제하고는 가장 먼저 들어와 그의 뒤에 일찍 자리잡았다. 휑한 무대에서 홀로 서있는 모양새가 이어졌다. 무대로 올라오는 정상들 중 문 대통령을 지나치면서 아무도 문 대통령과 아는 척하거나 말을 건네는 이가 없었다. 각국 정상들이 한두 명 씩 대화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문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이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 '왕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니 오사카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이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공식적으로도 의장국인 일본 아베 총리와 양자회담 스케줄을 여태 못 잡고 있다. 지금까지 일정이 잡힌 문 대통령의 양자회담은 중국 러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4개국 정상과 잡힌 게 전부다. 2박3일이라는 짧지 않은 일정과 다자정상회의에서는 의전을 생략한 간편한 비즈니스미팅이 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럽의 주요국을 포함해 더 많은 정상들과 만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북 비핵화의 주요 논의장인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정상과는 잠깐이라도 만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방한 회담이 잡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호스트국인 일본과 양자회담을 잡지 못한 것은 문제다. 물론 한일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후속처리, 위안부 문제 등 조율이 쉽지 않은 현안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20~30분 정도도 못 만난다면 생각보다 양국 관계가 심각하다는 징표다. 미국을 고리로 한 한·미·일 군사협력과 북핵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일간 갈등 해소는 매우 긴요하다. 패권국화 하는 중국을 견제하는데도 한일간 공고한 선린관계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문 대통령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스칸디나비아 3국까지 '먼 외교'를 하러 다녀온 것을 알고 있는 국민은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바로 옆집에 모이는 '가까운 외교'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 할 것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 미·중 관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북핵문제 외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출시장 확대 등 통상현안이 놓여있다. 무역 증진도 G20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주 수출시장이 위협받고 있는 이때야말로 신흥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정상들끼리는 양자회담처럼 꽉 짜여진 의제를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현장 급조된 회담에서 '세렌디피티'라는 예상밖 성과를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공식적 회담의 부실을 이런 유연하고 임기응변식 양자 미팅에서 만회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 스스로 적극적 사교 외교를 펼쳐야 한다.

공식회의 시간 외 이동, 기념촬영, 만찬 시간 등에서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건네길 권한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즈 프라임미니스터"라며 운을 떼면 쉽게 대화로 이어갈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 다음부터는 통역에 맡기면 된다. 아베 총리와 공식 회담은 않더라도 리셉션 때나 막간을 이용해 또는 기념촬영 시간에 "스미마생"하며 친근감을 표시 못 할 이유가 없다. 거기서 의외로 한일외교 복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오사카에서는 함부르크와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같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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