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칼럼] 인터넷은행은 `미련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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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권 칼럼] 인터넷은행은 `미련한 혁신`이다

   
입력 2019-06-26 18:10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 세상에 편안한 혁신이 있을까. 이에 대한 판단을 하려면, 우선 혁신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혁신은 '낡을 것을 뜯어고쳐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하는데 그 과정이 과연 편안할 수 있을까. 사람이나 조직은 누구든 얻는 게 없는 변화는 싫어한다. 싫은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고통 속에 하는 이유는 오래 살거나 남에게 잘 보이거나 거울을 보는 자신의 만족감을 늘리기 위해서다. 소득이나 보상이 있기에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세상에 고통없는 소득이나 보상은 극히 드물기에, 편안한 혁신은 쉬이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혁신이 훨씬 많고, 고통이 클수록 혁신의 대가도 크다. 그것이 세상원리다.

그렇다면, 현명한 혁신은 있을 수 있을까. 혁신을 통해 얻는 소득은 매우 큰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고통이나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다면, 그것은 현명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위 가성비가 좋은 혁신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미련한 혁신도 있지 않을까. 혁신을 표방한 운동이 큰 고통이나 많은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키고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미련한 혁신이 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플랫폼 붐이 일고 있다. 경제가 유행을 타는 것도 아닐 진데, 왜 모두 플랫폼 경제, 공유경제, 온디멘드 경제(on-demand economy), 긱 경제(gig economy)가 온다고 떠드는 것일까. 바로 이들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원의 낭비를 줄이면서 원하는 변화를 이루어내는 현명한 혁신 수단이기 때문이다.

금융혁신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금융혁신을 목표로 수년전 인터넷 은행을 시장에 진입시켰다. 금융시장에 비용구조가 싼 인터넷은행을 진입시킴으로써 시장의 경쟁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카카오 뱅크와 케이 뱅크가 시장에 진입했으나, 2년이 경과한 지금 경쟁 촉진의 가시적 성과나 증거는 보이지 않고 있다. 어항속의 메기를 기대했으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반해 유럽의 금융혁신인 오픈뱅킹을 살펴보자. 가장 최신의 오픈뱅킹 버전인 PSD2 (Payment Services Directive)는 2018년 1월 13일부터 발효된 금융혁신으로 TPP(Third Party Providers), 즉 제3사업자가 모든 금융기관의 고객정보에 접속하여 자산관리 및 지불결제서비스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PSD2는 모든 금융기관에게 자사의 고객데이터를 오픈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통해 TPP에 개방하라는 규제를 의무화했을 뿐, 이를 활용할 TPP에게는 어떠한 진입규제도 적용하지 않았다. 즉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TPP는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의해 사업을 전개할 뿐, 그 누구의 사후적 간섭이나 거래조건의 변경을 강요받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오픈뱅킹은 플랫폼의 원칙을 충실히 준수한 현명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터넷은행은 어떠한가. 금융혁신을 추구한다는 목표는 같으나, 가치사슬구조를 재설계한 오픈뱅킹에 비해, 지극히 평면적인 경쟁 촉진정책에 머물렀다. 플랫폼적 혁신요소는 처음부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전적으로 명확하게 발표된 진입조건이 없기에 심사결과가 나오기까지 그 누구도 시장참여를 장담할 수 없었고, 심지어 심사기준을 사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게임에 참여하는 것만큼 비용낭비가 심한 것도 없다.

또한 심사위원이라는 제3자의 개입이 불가피한 심사방식은 절차의 투명성이 보장된 플랫폼 경제 패러다임과는 거리가 멀다. 혁신에 있어서 성과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에서 나온다. 명분이 좋다고 해서 꼭 현명한 혁신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혁신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매사에 혁신을 표방하기에 앞서 생각부터 올바른지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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