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D램 없으면 중국은 문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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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D램 없으면 중국은 문닫아야 한다

   
입력 2019-06-27 18:21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중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10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축소하라는 것이 트럼프의 처음 요구사항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향후 6년간 1조2000억달러 어치의 수입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미중의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미국은 무역전쟁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시비 걸고, 기술전쟁으로 중국의 목을 조르고, 금융전쟁에서 중국의 돈을 털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이 2500억달러 어치의 수입품에 대해 25% 보복관세를 때렸지만 중국은 항복은 커녕 항전의 의지를 더 불태우고 있다. 열 받은 미국은 화웨이가 이란과 불법거래를 한 혐의를 잡고 세컨더리 보이콧 위반으로 기술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산 반도체를 화웨이에 팔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2위, 통신장비 1위인 화웨이가 절대 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중국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드사태 때 그렇게 우리가 만나자고 해도 콧방귀도 안 뀌던 중국이 바로 차관급 고위관리 3명을 한국에 파견했고,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삼성과 하이닉스를 불러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사드사태의 아픈 기억을 가진 한국은 미중 기술전쟁에 새우등 터지는 상상을 하면서 반도체에서 한국의 피해를 우려하지만 기우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의 74%를 한국이 공급하고 24%를 미국이, 4%를 대만이 각각 공급하는데 24% 공급하는 미국이 중국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출을 중단하면 기댈 곳은 한국 외에는 없다. 전세계 반도체 소비의 59%를 중국이 소비하고 있는데 중국의 반도체 자급율은 12%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중국이 갖지 못한 핵심기술을 가지면, 그것은 압력이 아니라 부탁이다.

전세계 노트북의 90%, 스마트폰의 70%를 생산하는 중국에 있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없으면 노트북과 스마트폰 공장은 문닫아야 할 지경에 이른다. 미중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걱정이 많지만 화웨이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의 삼성과 하이닉스다. 세계 1위의 통신장비업체이고 세계 2위의 스마트폰업체인 화웨이가 반도체 공급이 안되서 생산차질이 생기면 수혜자는 한국이다.


군사력과 외교력이 약한 작은 나라가 믿을 것은 기술력 밖에는 없다. 미국에도 없는 기술, 중국도 따라 오지 못하는 기술을 가지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국이 서로 싸워 피를 흘리는 데 소국이 '어부지리 했다고 좋아했다'가는 터진다. 한국은 중요한 능력은 숨겨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실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에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조폭처럼 묘사도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트럼프는 한국의 은인이다. 한국의 제품과 기술이 모조리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절묘한 시점에 중국의 목을 조른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첨단기술을 베끼지도, 훔치지도, 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은 이젠 미국 이외의 나라와 첨단기술에서 협력의 파트너를 해야 할 절실한 상황에 봉착했다.

ICT 기술에서 세계 1위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이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예전에는 일본, 지금은 한국이다. 미중이 싸우면 전통산업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대중수출의 79%를 차지하는 한국이 피해를 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첨단산업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상황이 나빠지면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든다고 한다.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조치로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은 적어도 3~5년은 지연되게 생겼다. 한국으로선 미국의 심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중국에서 낙하산이 아니라 비행기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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