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경부 경제팀장
![[DT현장] 엎친데 덮친 韓, 드디어 올 게 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0202102269614001[1].jpg?var=5607 "[DT현장] 엎친데 덮친 韓, 드디어 올 게 왔다")
이같은 남북미 3자 동시 회담을 가능케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숨은 역할이 컸다는 전언이다. '한반도 운전대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외교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 영구적 평화체제 등 안보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 점수는 결코 나쁘지 않다.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정치외교 쇼가 끝나자마자 이튿날 암울한 현실 소식에 국민들은 다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특히 수출은 달이 바뀔수록 감소세가 두드러져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5% 줄어든 441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3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여파에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것이 주 원인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감소하며 미중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에서도 비보가 전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과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소재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3개 소재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70~9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일본이 이 소재를 한국에 공급하지 않으면 당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IT 주력 수출품 제조에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은 또 외환법 우대 대상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기로 하고, 통신기기와 첨단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이런 몰상식한 무역 몽니를 부리는 것은 과거사 문제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이 작년 10월 30일 일본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과 국제법을 한국 정부가 위반하고 있다며 계속 반발해온 끝에 결국 외교 문제를 통상 보복으로 비화한 것이다.
지난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미중 두 정상은 추가 관세부과 등을 중지하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미중 무역분쟁은 미·중 국가 간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로 치달았고, 외교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쉽게 무역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여전히 중국의 사드 보복이 100%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만으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휘청이고 있는데, 이젠 한일 무역분쟁까지 발발할 참이어서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3대 강국에서 끼어 경제적으로 '넛 크래커' 양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는 3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당초 목표치인 2.6~2.7%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미 1분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2분기도 예년에 비해 좋지 못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출이다. 수출이 계속 꺾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밑으로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외교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지 몰라도, 한반도 경제 외교에선 낙제점을 받을 공산이 크다. 지리적으로 열강들의 정중앙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항상 열강들과의 외교적 줄타기에 명운이 걸린 게 사실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 만큼이나 이젠 우리나라 경제위기 문제도 시급하다. 문 대통령이 이젠 경제에서도 놀라운 외교 수완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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