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칼럼] 화려했던 만남, 숙제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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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칼럼] 화려했던 만남, 숙제는 그대로다

   
입력 2019-07-01 18:07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트위터로 시작된 미북 정상회동이 불과 하루 만에 성사됐다.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군사분계선을 넘다드는 정상들의 행보와 예상을 훨씬 웃돈 대화 시간은 단순한 회동이라기보다는 3차 미북정상회담에 가까웠다.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했고, 사상 최초로 북한 지역을 밟았으며, 사상 최초로 남북미 정상회동도 가졌다. 사상 최초가 흔했던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했다. 신속하게 정상회동이 성사된 것은 그만큼 모두가 절실한 상황이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 가도가 막 시작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했다. 비핵화 협상의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만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그의 외교적 성과를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화를 선택한 덕분에 '그간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핵물질과 핵무기를 계속 생산 중이고, 이미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두 차례나 발사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무시하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발목을 잡혀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우 하노이에서 실추된 체면을 만회해야 했다. 장시간의 열차 여행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던 실수를 만회해야 완전무결한 지도자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더구나 정상회동은 김 위원장이 늘 강조해 온 정상간 유대를 통한 관계 개선 방식이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살짝 의사를 떠봤음에도 적극적으로 응해온 것이다. 깜짝 회동에 대한 미북의 이해는 들어맞았고 어렵지 않게 성사되었다.

이번 정상회동을 통해 위기에 봉착했던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살려낸 것을 평가한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결과 비핵화 대화는 실질적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만 했다. 미국은 친서 교환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실무협상을 가동하기를 희망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자칫하면 대화 경색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었다. 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기지를 발휘해 김 위원장을 대화로 끌어냈고 다시 실무협상을 재가동 시켰다. 아직 성과를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향후 실무협상을 재개해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진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동에서도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관련된 합의는 없었다는 점이, 앞으로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은 아직도 핵능력의 일부를 따로 나누어 협상해 나가는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이러한 협상 방식을 거부하며 전체 비핵화의 최종상태와 로드맵을 우선적으로 합의하는 '빅딜'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근본적 쟁점들이 실무협상을 통해 좁혀질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한편, 대화재개에 기여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하지만 향후 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보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운전자로부터 시작해서 중재자와 촉진자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이번 정상회동에서 나타난 우리의 역할은 미북 대화의 제3자였다. 회동의 제안도 성사도 모두 미국과 북한이 주도했다. 한 시간 반을 넘는 회동 시간에 남북미 3자 회동은 겨우 8분 뿐이었다. 조연을 자처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조연을 강요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배제된 상황에서 미북이 서로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 합의를 해버리면 어쩔 것인가. 이미 잊혀진 줄 알았던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말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할 까 두렵다.

화려했던 정상회동은 끝났다. 전임자 오바마 대통령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을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계산서를 따져 보니 별로 남은 건 없다. 유일한 실질적 성과인 실무회담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뛰어야 한다. 화려한 겉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간 개최된 수많은 이벤트로 인해 의전 차원에서 '사상 최초'란 말은 이미 소진되었다. 이젠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의 지형을 바꿀 창의적 아이디어와 우리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서 사상 최초로 '비핵평화'를 만들어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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