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트럼프의 敵은 북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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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트럼프의 敵은 북한이 아니다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7-02 18:01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지난달 29일 아침 일본에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한 줄의 글을 트위터에 느닷없이 올렸다. 그는 "김 위원장이 DMZ에 온다면 우리는 2분간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트위터로 소통하는 '트럼프 다운' 행동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제안에 북한은 5시간 후인 이날 오후 1시 화답했다.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보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제기를 받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다음날 1시께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전선언 이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고 성사를 알렸다.


마침내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군사분계선 위에 마주선 두 정상은 악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되느냐"고 물은 후 손을 맞잡고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감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큰 걸음'이었다. 남북미 취재진과 경호원들이 뒤엉켜 우왕좌왕하면서 방송사의 중계 화면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DMZ에 온 대통령은 여럿이었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군용 점퍼를 입고 DMZ에서 쌍안경으로 현지를 시찰했다. 평양을 방문한 대통령도 있었다.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은 함께 항공기로 타고 북한의 수도를 방문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직을 퇴임한 뒤였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정장 차림으로 걸어서 북한 땅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널드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3일간 정말 많은 굉장한 일들이 일어났다. 많은 것이 성취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는 조만간 그를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굉장한 일들이 일어났다. 남북 비무장지대를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함께 걸어 넘어가는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영상 자체가 사실상의 종전 선언으로도 보였다. 역사가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세계는 깜짝 놀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보다 이쪽에 세계의 이목이 더 모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리얼리티 쇼'를 성공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DMZ 회담'이었다. 회담 성사를 위해 '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예 빼버렸다. 덕분에 전 세계의 시선을 단숨에 모으면서 흥행은 대성공했다. 국내적으로론 정치적 승리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세계를 뒤흔든 이 '역사적인 사건'은 오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어디까지나 '재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어떻게하면 선거에서 유리하게 활용할까 머리를 짜내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은 적이 아니라 친구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재선 가도에서 활용가치가 크고, 오래 쓸 수 있는 카드다. 판문점에 이어 다음 회담 장소는 백악관이 될 것이고 그 다음 장소는 평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징성과 이벤트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그럴수록 지구촌의 관심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중국도, 이란도 당분간은 적이 아닐 수 있다. 이미 중국과는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고 이란 공격명령은 실행 직전에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은 내부에 있다. 그의 재선을 막는 모든 세력이 '진짜 적'이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발목을 잡는다고 느낀다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적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포기하지 않는 민주당 세력도 그렇다. 공화당 내부에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반역자'도 적이다.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가짜 언론' 역시 모두 적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2020년에 승리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 도움이 되면 친구고 손해 끼치면 적이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웃음과 악수를 만들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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