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주성` 고집하다간 옛 소련처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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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주성` 고집하다간 옛 소련처럼 된다

   
입력 2019-07-02 18:01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통계청이 발표한 금년도 1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결과는 현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소득분배라는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발표자료에 의하면 최하위 소득 계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125만4700원으로 5분기째 연이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였을 때도 1분기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2.5% 줄어들었다. 지난 5월말까지 금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비 0.7%)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3.2%까지 줄어든 셈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1분위 가계소득 가운데에서도 근로소득은 급감하고 정부로부터의 이전소득(기초연금, 아동수당, 실업수당 등을 합해 63만1000원)이 전체소득의 50%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로소득인 이전소득이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1분위 가구가 일을 해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4.5%나 줄어들었다. 이전소득을 제외한 시장소득(근로소득, 재산소득 및 사업소득 등) 만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20%(5분위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1분위 계층)의 소득으로 나누어 구해지는 5분위 배율은 9.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이들 지표는 저소득 계층의 자력에 의한 빈곤 탈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자리 창출, 특히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와 청년일자리 창출에 실패하였음을 의미한다. 통계청 발표가 나온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감소는 "저희도 가슴 아파하는 부분"이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밀려난 사람도 있겠고 고용여건이 어려운 것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당초 의도한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 두 가지의 정책 목표가 서로 상충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촛불정국으로부터 탄생한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표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정책 입안자들 간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었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두 가지 기둥이라고 볼 수 있는 최저임금 정책과 주52시간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정책이 기업 부문과 자영업자들이 수용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급속하게 비탄력적으로 운용되었다는 점에 있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결과는 정부가 의도한 선의의 분배정책도 하위 계층 실질 근로소득의 성장 없이는 한낮 허울에 불과한 것을 보여주었다.

정부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인식한 듯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그것도 부족하여 혁신성장으로 정책목표의 키워드가 계속 바뀌어왔다. 문제는 현 정부가 성장 없는 분배 정책은 인기영합정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성장의 동인(Sources of growth)을 재창출해 나가면서 정책목표를 전환시켜 나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1990년대 초 폴 크루그만(Paul Robin Krugman)과 같은 대표적인 주류경제 학자는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4강 경제(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발전도 전부 옛 소련 경제가 경험한 것처럼 급속한 성장 감속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소득 분배의 개선이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같은 학자도 인구가 감소하고 자본축적이 한계에 도달하는 자본주의의 건전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증가 밖에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주류경제학의 메시지를 잘 소화하여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입안과 추진에 올인해 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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