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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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입력 2019-07-07 18:06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깜'은 '감'이 된소리로 발음된 것으로서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춤을 뜻한다. 명사 뒤에 붙으면 그런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맏며느릿감, 신랑감 등이다. '깜'은 흔히 '깜냥'이라고도 표현하며 어떤 직책이든지 그에 걸맞은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온당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런데 직책은 적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서부터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특히 중요한 직책은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이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그로 인한 피해는 소수에 국한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의 피해는 무차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에는 지식과 경험, 도덕성, 인간 이성의 한계에 대한 성찰 등이 동원된다. 따라서 깜냥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고의 반복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함은 물론, 인간애라는 도덕성,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지를 깨닫는 겸손을 두루 갖춰야 한다. 어떤 직을 천거하는 사람은 피천거인이 그에 걸맞은 깜냥인지를 숙고해야 하며, 피천거인은 자신이 그런 깜냥이 되는지를 사려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일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사회는 융성하고 인사(人事)를 둘러싼 잡음도 없다.

반면에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깜이 안 되는' 인사들이 판을 친다. 지식과 경험이 일천하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인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스스로 증명하지도 못하고 타방의 논리적 비판에 일말의 대응 논리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책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것을 소신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람들의 주관적 선호를 알아내어 이를 만족시키며 부를 키우는 것이 혁신성장일진대, 시장의 '이윤과 손실' 체제를 통해 이를 주도하는 기업가들과 그들의 기업을 핍박하는 이율배반적 정책 조합이 대표적이다. 지식과 경험의 결핍, 이를 감추려는 얄팍한 자존심과 부도덕함이 복잡하게 얽힌 무지와 오만의 산물이다.


안보로 넘어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쟁을 전제하지 않은 군대는 존재 이유가 없으며, 국방재(國防財)는 충분히 확보하되 쓰지 않을 상황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국방이다. 이는 곧 평화는 물리적 힘이 뒷받침돼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는 힘있는 자가 구현하는 것이지 힘없는 자가 선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류가 경험에서 얻은 금언(金言)은 "물리력의 뒷받침 없이 평화는 없다", "평화는 돈으로 사거나 구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스스로 자국의 전쟁 억지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는 것을 본분으로 하는 국가의 책무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특정 이념과 사상을 표방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운행 질서에 대한 지성적 논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논리적 틀이 없는 감성은 사고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의 현실은 대중은 물론 지식인들의 지성이 퇴화하고 감성만 풍요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지성의 뒷받침 없는 맹목적 감성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을 요구하는 몇 안 되는 TV 토론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심야 시간대에 편성되고, 알짜배기 시간대는 먹고 놀고 우스개 소리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점령한다.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에도 비전문가들이 대거 점령하여 논평을 늘어놓는다. 이때를 승시(乘時)하여 깜냥이 안 되는 인사들이 판을 치면서 하루하루 나라의 생명을 재촉한다.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직책을 맡으려는 자는 인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자신이 그런 직책에 걸맞은 깜냥이 되는지를 생각할 줄 아는 도덕성과 명예심을 갖춰야 한다. 그런 수준이 안 되는 인사들이 맞이하게 될 참혹한 결과는 역사 속에 새겨져 한국의 미래를 위한 항구적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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