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복지만능의 逆說, 고령층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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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만능의 逆說, 고령층 빈곤

   
입력 2019-07-08 18:11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늙으면 가난해질까? 늙어도 일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이가 50줄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만한 고민이다. 고령화되면 건강과 외로움도 문제지만 소득이 격감하면서 삶의 절벽에 서게 된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고 정부가 고민을 해결해줄까라는 기대도 난망하다. 청년·여성 챙기기 바쁘고 입만 떼면 저 출산문제이지, 고령화문제는 언급도 않기에 더욱 그렇다. 연금지급액 올린다지만 고령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판이라 실현성이 없고, 정년 연장하지만 공무원이나 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통계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한국 고령층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한국은 고령화문제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고 특이하다. 한국인은 평균 50대 초반에 주된 직장을 퇴직하고 70대 초반까지 20년 정도 더 일한 다음 은퇴한다. 고령층 3명 중 2명 가까이가 65세 넘어 일하고, 70-74세는 3명 중 1명으로 OECD 평균 10명 중 1명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러나 55-79세 취업자의 60%는 일하는 이유가 생활비 때문이고 4명중 1명은 단순노무직이다. 한국은 일하는 고령층 비율, 은퇴 시기, 저임금종사자비율 모두 OECD 최고수준이다.
선진국은 직장생활 오래하면 일자리가 안정된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다. 근로자의 10%정도인 대기업·공공부문·노동조합원만 정년을 채우고 나머지 90%는 조기 퇴직할 수밖에 없어 정년제도 자체가 무색하다. 한국은 노동시장이 극과 극으로 나누어지고 고령층은 청년층에 비해 다른 나라 고령층에 비해도 소득불평등이 훨씬 크다. 60세 기준 동일 직장에서 5년 이상 이상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비율은 한국이 23%로 OECD 평균 50%의 1/2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55-64세 기준으로 임시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한국이 33%로 OECD 평균 8%의 4배 이상 높다.

정년을 60에서 65세로 연장한다고 고령층 빈곤화와 소득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이유가 딴 데 있다. 생애 노동을 보면 한국은 젊을 때 임금 격차가 작지만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감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가 커진다. 반면, 직장 생활은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못해 근무기간이 길어도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공공부문 조합원은 극심한 임금고용 관행의 경직성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조기 퇴직을 막지만 나머지는 정년을 채우지 못해 고령화가 빈곤화와 소득불평등 악화로 되어 버린다.


고령화가 기술혁신과 맞물리면서 빈곤화와 소득불평등은 더 심각해진다. 선진국은 고령층 소득불평등의 주된 원인이 기술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스킬의 차이에 있다. 인지능력, 문제해결능력, 경험, 대화능력 등의 스킬은 개인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기업의 임금고용 관행이 유연할수록 올라간다. 청년층은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반면 고령층은 경험이 우세하다. 한국은 고령층의 교육수준이 낮고 청년층과의 격차가 OECD에서 가장 크다. 게다가 임금경직성 때문에 기업의 교육훈련 투자가 적고, 고용비중이 90% 정도 되는 중소기업은 투자가 더 적은 데다 노동이동이 많아 경험의 축적도 어렵다.

고령화는 빈곤과 소득불평등과의 싸움이다. 고령화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절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노조의 기득권 때문에 악화되었다. 노조 가입률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민간부문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따라 천양지차다. 공공부문은 70% 정도로 민간보다 7배 높고, 대기업은 공공부문보다 낮지만 60%에 가까운 반면, 100인 이하 중소기업은 3% 정도에 지나지 않고 30인 미만은 사실상 제로다. 정부가 고령화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임금고용 경직성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는데 나서야 한다.

고령화 문제는 세계적 현상이고 어떻게 대응하나에 따라 다르다. 고령화와 기술혁신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 복지, 교육 개혁에 성공한 북유럽 국가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개혁에 실패하고 복지 확대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남유럽은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국가재정위기에 직면했고 고실업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개혁은 고사하고 복지만능주의에 푹 빠져 있다.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만이 국민이 가난해지고 나라가 쇠퇴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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