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쇼통령` 트럼프와 北의 선택

메뉴열기 검색열기

[시론] `쇼통령` 트럼프와 北의 선택

   
입력 2019-07-10 18:06

최진우 한양대 정외과 교수·前한국정치학회장


최진우 한양대 정외과 교수·前한국정치학회장
다시 평화의 계절인가?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세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사상 처음 남북미 3국간 정상회동이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대한민국 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 관계가 재확인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는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합의다.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실무협상이 다시 열린다 하더라도 얼마나 의미있는 성과가 속도감 있게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제재완화와 안전보장을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북한과,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제재완화와 안전보장은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아직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의 의미, 범위, 속도, 순서 등을 두고 또 다시 양측 간 줄다리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이 '역사적인 사건'이 될지, 아니면 이벤트성 상징정치에 그칠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 될 것인지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는 점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미 있는 계기인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고, 알맹이 없는 이벤트에 그치는 역사의 에피소드로 남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 제재완화와 안전보장에 대한 빠른 가시적 조치를 원하는 입장이지만 과연 미국도 그런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입장에서는 내년도 선거 전 외교적 치적 쌓기를 위해 협상의 조속한 진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북한 카드를 국내정치용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내년 선거 때까지 북핵협상의 이벤트성을 계속 높여가며 최대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가 갖는 의미를 돌이켜보면 그런 짐작이 가능하다.



첫 회담지였던 싱가포르는 장소의 상징성보다는 기능성에 주목한 선택이었다. 인프라가 잘 돼 있고 중립지역이라 할 수 있어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수용 가능한 장소였던 것이다. 두 번째 회담지 하노이는 상징성이 큰 장소였다. 미국과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으면서도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베트남의 수도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3차 회담 장소인 판문점의 상징성은 더 크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최전선이자 분단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평화로의 극적인 전환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로 더할 나위 없었던 것이다.
다음 회담은 백악관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성사가 된다면 장소의 상징성은 더더욱 클 것이다. 북한의 정상이 70년 적대관계의 미국을 방문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초대형 이벤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다음 장소는 평양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또한 엄청난 상징성과 이벤트성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을 것이다. 요컨대 상징성과 이벤트성은 당분간 계속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만일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이런 이벤트들이 언제까지 지속가능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재선가도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정치 흥행용으로 활용가치가 큰, 오래 쓰고 싶은 카드일 수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정상외교 무대는 대내외적으로 북한지도자로서의 위상 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벤트는 계속되는데 제재국면이 요지부동이라면 북한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북한은 언제까지나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제스처에 화답하며 이벤트에 동참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제재완화가 급한 북한으로서는 이벤트의 유효기간이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트럼프의 계속되는 상징정치에 북한이 언제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북한이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아가 북핵협상이 이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내도록 하기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 깊은 고민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