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경제보복, 日의 진짜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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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경제보복, 日의 진짜 목적은?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07-10 18:06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7월.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모처럼 휴식의 단꿈에 빠져들 시기건만 느닷없이 사단이 났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 주52시간근로제 도입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한데 이건 비교조차 안 된다. 일본이 건네준 7월의 선물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순순히 한국에 공급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이 미증유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경제를 일거에 '멈춤' 상태로 만들 만큼 파괴력이 크다. 누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의 양심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 충격파는 가늠조차 힘들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먼저 반도체, 영상기기, 방송 및 무선통신장비, 관련 소재부품 제조업은 초비상이다. 일부 핵심 부품에서 가장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노렸다. 6개월 후엔 곳간이 텅텅비어 끼니조차 잇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이번에 수출규제를 발동한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궁금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이 부서는 제4차 산업혁명을 총괄한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로봇, 헬스케어 기술 등을 동원한 새로운 초연결사회인 '소사이어티 5.0'의 실현을 선도하는 곳이다. 민간의 경제활력 향상과 대외 경제관계의 원활한 발전이 소관 업무다. 이런 경제산업성이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한국을 옥죌 수출 규제카드를 하나하나 꺼내들고 있다.

최근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그가 한국경제에 힌트를 준 게 있다. 그는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세째도 AI"라고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손정의의 할아버지는 18살에 규슈의 탄광으로 끌려갔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자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양국 사이에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가이드를 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에 국운을 걸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성공 시나리오를 위해 2016년 4월 아베 총리의 지시로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를 설치했다. 경제에서 만큼은 일본의 눈은 적어도 미래를 향해 있다. 각 산업에서 AI, 빅데이터, IoT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한 일방주의 전략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 법원의 강제노역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상식 밖의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는 또 조만간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4일까지 공청회를 거치고 8월 중 법 규정을 고쳐 한국을 여기에서 제외하는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번 기회에 한국 일류 전자기업들을 밀어내 다시 한 번 '메이드 인 재팬' 신화를 만들려는 게 진짜 목표인지도 모른다. 일본 기술로 커온 삼성 등 한국 굴지의 기업들에 대한 일종의 컴플렉스가 아닐까. 일본기업들의 지난 1분기 해외직접투자 총액은 1016억달러(약 120조원)로 전년보다 세배 늘었지만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액은 6억3000만달러(약 7500억원)로 전년보다 6.6% 줄었다. 한국을 기술경쟁 대상국으로 경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로 일본 기업들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의 큰손들이 한국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일본산 반도체 장비 매출이 작년보다 11% 적은 2조2억엔에 머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일 양국의 기업들이 아베의 무역제재로 골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문제를 놓고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협의제안을 거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은 무엇일까. 어떤 식으로든 만나야 한다. 새로울 게 없지만 때론 조용하고 신중한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아마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일 것이다. 일단 12일 양자 협의가 추진되고 있다. 애꿎은 기업들이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 면밀한 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차제에 소재와 부품의 지나친 대일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관련 산업을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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