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우유부단' 민주당에 불만
한국당 "與 추경처리에만 관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간신히 활동기한을 8월 말까지로 두 달 늘렸지만 벌써 보름이나 '개점휴업'으로 허비했다.
정개특위원장와 사개특위원장 중 선택 우선권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우왕좌왕하면서 허송세월 하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 선택이 늦어지면서 야당의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4일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늦어도 지난주까지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중 선택을 마치고 최종 입장을 밝힐 생각이었다. 민주당은 정개특위·사개특위 연장이 결정된 뒤 지난 4일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중 우선순위를 고려해 위원장을 선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총에서는 정개특위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법개혁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원내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민주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자 야당의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공조를 이뤘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민주당에 정개특위원장을 맡을 것을 요구해왔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퇴임을 앞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권정당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없어 빨리 결정해야 한다. 연장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답을 안내놓으면 어떡하느냐"고 재촉했다. 답답하기는 자유한국당도 비슷하다. 정개특위·사개특위 연장을 반대해온 한국당은 특위원장 1석을 받는 조건으로 연장에 합의했다. 의석수가 가장 많은 민주당이 먼저 선택해야 한국당이 남은 특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민주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탓에 한국당도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특위원장을 하나씩 나누기로 했으면 민주당이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여당이 지금 오로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 임시국회에는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는 것뿐"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물론 민주당이 단순한 선택장애때문에 최종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처리해야 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
하지만 한국당이 경제원탁회의와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국정조사 등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어서 순탄하지 않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몇 안되는 카드를 섣불리 꺼내놓기보다 끝까지 손에 쥐고 한국당과 협상에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시간끌기가 결코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위에서 8월 안에 패스트트랙 안건을 처리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다. 위원장 선출이 늦어질수록 기한 내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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