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해양에서 탄소와 질소 순환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고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지구물질 순환과 지구변화 예측을 밝히기 위한 연구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성근 충북대 교수 연구팀이 서해 해수에서 지구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해양 고세균을 발견하고, 이를 바이러스에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고세균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3대 미생물 중 하나로, 열수구와 유황온천 등 극한 환경부터 일반 환경까지 다양한 곳에서 서식한다. 특히 해양 생태계 전체 미생물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최근 고세균 군집과 활성을 조절하는 바이러스 존재가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양 고세균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유전자만 보고됐을 뿐, 바이러스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서해 해수에서 특정 계절에 특이적으로 고세균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이 지역 해수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바이러스는 방추사(레몬) 모양으로, 지금까지 이런 모양의 바이러스는 해양에서 배양된 적이 없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NSV'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는 해양 고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마치 혹처럼 튀어나와 분리되는 '출아법'을 통해 바이러스를 증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양 고세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질소의 산화작용이 멈추고, 유기물이나 비타민 B12 등을 방출하는 것도 알아냈다.
이성근 충북대 교수는 "그간 실체가 없었던 해양 고세균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분리함에 따라 고세균 개체수 조절과 지구적 물질 순환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극한 환경에 존재하는 레몬 형태의 바이러스는 기후변화 예측을 위한 선행 연구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자)'에 실렸으며,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수행됐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연구팀이 해양에서 발견한 고세균 감염 바이러스 개념도로, 해양 고세균은 암모니아를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고정시켜 유기물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고세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유기물 등 다양한 물질을 방출하는 등 생태계 물질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재단 제공
해양 고세균을 감염시키는 레몬 형태의 바이러스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왼쪽)과 감염 후 새로운 생산된 바이러스가 숙주 표면에 붙어 있는 모습(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