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파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던져 시장파괴적인 'OEM뱅킹'이 목표입니다."
최근 우리은행이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해 '은행 안에 은행(Bank in Bank·이하 BIB)' 형태로 출범시킨 '디지털금융그룹'의 수장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상무 (최고디지털책임자, CDO)의 포부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남산센트럴타워 빌딩에서 본지와 만난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상무 (최고디지털책임자, CDO)는 우리은행 디지털 분야의 방향성을 '자기파괴'라고 정의했다.
황 상무는 "뱅킹이 길바닥에 널려야 하고 수많은 사업자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기존에는 은행들끼리 시장을 잘라 이익을 챙겼지만, 앞으로는 핀테크 기업 등과의 무한경쟁으로 상승하고 가격경쟁력은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지난 1일 대규모 조직개편은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그룹에 예산과 인력채용, 평가, 재무관련 결정, 상품개발 등에 권한을 줬다. 스피드가 생명인 디지털 분야에서 은행의 관행과 문화를 벗어던지겠다는 의지다.
황 상무는 "BIB형태로 조직개편을 결정하는데 채 2주도 안걸렸다"며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기존조직의 문화 프로세스에 맞춰선 제시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음을 짚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금융그룹은 현재 총 140여명으로 4개부서 20개팀으로 구성됐다. 모두 황 상무가 총괄한다. 이 중에서도 황 상무는 CX(사용자경험, Consumer Experience)를 담당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팀을 직속으로 뒀다. 은행고객의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그는 "은행은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있는데 사용자 중심으로 하기 위해선 이 조직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은행의 비대면 채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룰과 정책을 총괄하게 해 고객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황 상무는 디지털금융그룹의 수익도 별도로 측정한다. 대면과 비대면 조직 나눠 CIR(총영업이익경비율, Cost Income Ratio)을 측정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예금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대면 조직의 비이자 수익 측면을 강화해 디지털금융그룹의 질적·양적 성장을 일궈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고 글로벌 진출을 타진한다. 오픈API·마이데이터 등 개방적인 정책으로 다양한 이종산업과 결합해 그 속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황 상무는 "그동안 고객들은 은행의 논리로 비밀번호 입력하고 인증서 소지해야 하고 상대방의 계좌번호와 이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산업의 논리에 젖어 들어가 고객의 논리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해외에 은행점포를 내는 전통적인 은행의 해외진출 방식도 탈피한다. 은행업이 아닌 '핀테크 비즈니스'를 구상해 올해 안에 첫 삽을 뜰 계획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중심으로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이용해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황 상무는 설명했다.
황 상무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시장에 던지고 공개하는 과정 속에서 기회가 생기고 파열구가 생긴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안에 작은 결과들은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