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 회담 포기 황교안, 일본 경제보복 조치 장기화 조짐에 여야 5당 영수회담 성사될 듯
김미경 기자 the13ook@
입력 2019-07-15 15:55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여야 정치권이 결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1대 1 회담을 고집하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5일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수용했다. 일본과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대 1 회담을 고집할 명분이 약하고 자칫 반일감정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선택으로 읽힌다.
앞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의 동참의사에 환영을 표하면서 여야 5당 회담 성사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 상황에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다면, 한국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줄곧 요구했던 1대 1 회담이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원래 청와대와 여당이 제안했던 민생 해결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거부하고, 1대 1 회담을 해야 한다고 버텼다. 이 대표가 지난 8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대응책을 논의하자며 다시 한 번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공식 제안했으나 황 대표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국 정부도 WTO 제소 등 강경 대응 기조를 띄자 황 대표는 회담 방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더 심화할 경우 한국당이 목소리를 낼 기회마저 잃을 수 있고, 한국당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이 '친일' 이미지에 갇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황 대표는 영수회담 외에 대일·대미 특사를 파견해 외교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일본 경제보복 조치 대응에 실패한 외교 라인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견제의 칼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동참 의사를 밝힌 만큼 서둘러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함께 모여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 등 국정 현안에 대해서 초당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같이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이 위기가 태풍이라 해도 손을 잡으면 맞설 수 있다"고 환영의 뜻을 밝힌 뒤 "회동 상시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청와대는 여야 5당 대표 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단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 의제 등은 여야 조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경제보복조치 해결책을 논의할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