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환제, 국무총리 추천제 등 되살아난 개헌 화두
내년 21대 총선, 개헌 국민투표 실시할 마지막 기회
민주당·한국당 외면하면 동력 잃을 듯
한 때 20대 국회의 가장 큰 소명은 헌법 개정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혁명을 거치며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는 현 대통령제를 바꾸는 권력분산형 개헌을 이뤄야 한다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쌓였다.
그러나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수개월 동안 논의를 진행했으나 당리당략을 뛰어넘는 하나의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년제 중임 대통령제를 들고 나왔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했다. 국회 합의안을 기다리다 지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정부 개헌안은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해 국회 본회의 표결조차 하지 못 했다. 결국 지난해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무산되면서 개헌의 불꽃은 사그라졌다.
완전히 꺼졌다고 여겨졌던 개헌의 불씨는 20대 국회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헌의 불씨를 되살린 계기는 국회 파행이다. 여야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파행을 거듭하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정치권은 자성의 의미를 담아 국민소환제에 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국민소환제 실현 가능?=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데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리당략을 위해 파업을 일삼는 의원들을 솎아내는 제도인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면서 "박주민 최고위원도 소환제 법안을 발의했고, 헌법상의 국회의원 임기 보장 조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원 소환제를 담은 개헌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 원내대표도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국민소환제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이 대표의 제안에 환영한다"면서 "정상적인 국회가 되면 이 건(국민소환제)에 대해 논의하자. 국민소환제, 페널티 제도 다 좋다"고 했다. 국회 내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은 벌써 5건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국민소환제는 개헌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헌법 42조는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법률로 임기를 중단하게 하는 국민소환제는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21대 총선, 개헌 마지막 기회=개헌을 추진한다면 국민소환제보다 우선하는 명분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여야가 남은 기간 동안 4년 중임 대통령제냐 이원집정부제냐를 평행선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국무총리 추천제는 아직 살아 있는 화두다. 문 의장은 지난 4월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를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국회가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문 의장은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임기 중인 20대 국회 하반기에 꼭 개헌이 됐으면 하지만, 안 되더라도 끝까지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대안과 함께 주장할 것"이라며 "합법적 절차로 국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의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았는데 개헌을 마무리 짓지 않는다면 역사적 책무의 방기"라고 했다. 문 의장은 17일 제헌절 71주년 기념식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할 생각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역시 개헌에 힘을 싣고 있다. 정 대표는 16일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을 20대 국회에서 관철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군불 수준인 개헌 논의가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내년 4월에 치르는 21대 총선이 마지막 기회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동력이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개헌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다. 내년 총선에 집중돼 있는 에너지를 개헌으로 돌릴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살아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변화나 진척이 있지는 않은 상태"라며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정당은 없지만 원내 1·2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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