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예금 91兆, 1년새 8.7% ↑
金 1g당 5만3000원대로 치솟아
고액자산가, 해외펀드로 눈돌려
돈맥경화에 주목받는 안전자산
글로벌 경제 둔화에 일본 수출 규제, 국내 경제 침체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기준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은 91조43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8.7% 늘어난 규모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도 162조 90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이는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에 투자처를 잃은 돈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단기 정기예금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송은영 신한PWM 잠실센터 팀장은 "금리가 낮더라도 현금을 가지고 있겠다는 것"이라며 "'아무투자도 안하는 것도 투자다'라는 생각을 가진 고객들이 정기예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자산인 골드바, 달러 등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달 매매기준 국내 금시세는 1g당 5만3000원대를 웃돌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17일 금시세인 4만6513원이었다. 송 팀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골드바나 달러 등 실물자산 가치가 올라가서 이를 분할 매수 하려는 고객들의 문의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 PB팀장은 "달러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정기적으로 자주 매수하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달러를 매수해서 정기예금뿐만 아니라 기대수익률이 높은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을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많은 투자수익을 바라기 보단 안전하게 자산을 가져가길 바란다"며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즉시연금 상품이나 변액저축보험 등으로도 자산이 몰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액자산가들은 해외 펀드 등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게 은행 PB들의 설명이다. 송 팀장은 "최근 국내나 아시아 펀드 등을 보유하고 있던 30~40% 고객들이 손절매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의 펀드와 채권을 담고 있다"며 "미국의 안정적인 회사채 등이 큰 변동성 없이 운용수익률이 나오고 있어서 자금들이 쏠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경구 KEB하나은행 Club1 PB센터 PB부장은 "고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해외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이태리 헬스케어 펀드, 영국 부가가치세 펀드 등이 바로 그 사례"라고 말했다.
김 PB팀장은 "최근 고객들이 국내 주식 관련 펀드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 PB들 또한 국내 주식은 권하지 않는 추세"라면서 "은행 본부에서 추천 펀드 리스트가 나오는데 배당주를 제외하고는 국내 주식이 해당 목록에 거의 없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이들의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재산세 고지를 시작하면서 부동산 보유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송 팀장은 "다주택 보유자들이 최근 재산세 고지서 받고 PB측에 많은 문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고민은 하는데 부동산 가격문제와 매수가 활성화 되지 않다보니 팔지는 못한다. 실질적으로 매도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 부지점장도 "고액자산가들은 워낙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이어서 세금부담이 크고 머리 아프다고 말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태기 단국제 경제학과 교수는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경향은 팽배해지면 국내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해야 기업들이 고용을 일으키고, 고용이 돼야 소비가 늘어난다. 투자자들이 달러나 금에 투자하고 시세 차익을 얻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익이지만 경제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진현진·주현지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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