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국내 우선 생산”
사측 "해외 생산기지 건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차 노동조합이 향후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미래차인 친환경차에 대한 '일감' 확보를 위해 기존 단체협약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측으로서도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 통상마찰 등 날로 고조되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친환경차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돼 진통이 예상된다. 사실상 현대차가 검토 중인 친환경차 해외 생산을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가 '최우선 과제'나 마찬가지다.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13차례 교섭을 통해 노사 단협 32개 조항 중 10개 사안에 대한 의견일치를 도출해냈다. 3개 사안에 대해서도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가 명확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사안은 제42조(해외 현지공장) 7항이다. 7항은 '회사는 차세대 차종(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개발 후 생산공장 배치는 시장 환경, 수익성, 생산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국내공장에 최대한 우선배치, 생산하며, 국내공장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 의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대차가 계획대로 체코공장을 친환경차 해외생산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서는 노조와 합의가 필수라는 의미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추진하는 전기차 등 전동화 생산 전환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기존 차를 대체하는 만큼 일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42조 7항에 들어간 '최대한'이라는 문구를 삭제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표현을 삭제해 무조건 국내 공장에 우선 배치하도록 구속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내연기관차도 증산 등을 논의할 때 노조와 협의가 필수인데, 친환경차마저 노조의 구속력이 강화할 경우 미래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 내놓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팰리세이드가 현재까지 누적으로 약 10만대가 계약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소비자에 실제 차량을 전달한 출고율은 전체 계약에서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려드는 주문에 현대차는 노조와 지난 4월 월간 생산량을 기존 6200여 대에서 8600여 대로 늘리는 데 합의했지만, 각 공장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며 또다시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노조원이 특근일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2공장 생산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차량 계약 이후 기다리다 지쳐 취소한 물량만 2만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도 친환경차 해외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아는데, 현대차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여부가 기아차의 생산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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