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하자 재건축 민심이 들끓고 있다. 재건축 주민들은 엄연한 사유재산 침해라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단지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대규모 집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의 불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분양가상한제야말로 서민 죽이는 정책',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검토 철회 요청드립니다. 1주택 재건축조합원은 실소유자입니다. 투기꾼이 아닙니다', '서민을 죽이는 분양가상한제 꼭 시행해야 합니까' 등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반대하는 다수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30대 중반으로 맞벌이를 하며 슬하에 자녀를 하나 뒀다는 청원자는 "희망고문에 불과한 청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대출과 노모의 노후자금까지 빌려 재개발입주권을 사서 거액의 이자를 지불 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 땅이고 내 돈인데, 청약 당첨도 안 시켜주면서 말도 안 되는 정책으로 서민을 다 죽이려 하는 것"이냐며 "결국 청약은 현금있는 부자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 글은 현재 8135명이 동의한 상태다.
자신을 1주택 재건축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또다른 청원자는 "몇십년을 낡고, 녹물이 나오고, 벌레가 나오는 집에서 생활하며 아이를 키우고, 매년 성실히 재산세를 납부한 시민이 재건축 이후 다시 그 집에 입주하기만을 기다리는 행동이 투기꾼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말에서, 왜 저희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처럼 치부하고 저희의 목소리에 단 한번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지 여야당, 정부, 청와대, 기자 모두 다 원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약 당첨자들이 조합원보다 경제력이 낮지 않은데, 그런 사람들을 왜 저희의 개인적인 재산을 빼앗아 혜택을 줘야 하는지, 실소유자라는 측면에서 왜 저희는 그 대상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지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 글에는 현재 2222명이 동의했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서울 개포주공 1·4단지, 둔촌주공, 신반포3차·경남(래미안 원베일리) 등 8곳은 최근 세종시 국토부 청사를 방문해 이주·철거 중인 조합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소급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
이들 조합은 국토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조합원들은 대부분 1주택자로 보유세와 각종 부담금 증가를 염려하고 있다"며 "조합이 분양가 상한제를 소급적용 받아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면 사업 지연에 의한 추가 사업비와 금융비용 등을 포함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조합이나 이주 또는 철거 중인 조합은 1년 이상 유예기간을 둬 조합원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8개 조합은 당초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9200여 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에 분양 방식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