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혁신의 본질은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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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혁신의 본질은 실패다

   
입력 2019-07-21 18:10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혁신과 실패의 관계는 손바닥의 앞뒤와 같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혁신에는 실패가 이미 내포되어 있다. 혁신을 부르짖는 조직에서 실패를 징벌하면 진짜 혁신은 사라지고, '척'하는 가짜 혁신만 남게 된다. 가짜 혁신은 '쌀로 밥하는 혁신', 즉 실패의 위험성이 없는 혁신을 의미한다. 혁신과 실패의 관계에 대하여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가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벤처기업을 창업했을 때 내세운 구호가 '실패에 대한 지원'이었다. 벤처기업이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려면 혁신적 도전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신입사원들이 대충대충한 결과, 실패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태만에 의한 실패를 지원하면 회사는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는 지원하지 않아야 하는가?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복잡계의 실패와 단순계의 실패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품질이 중요한 단순계의 생산 공장에서는 불량이라는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혁신이 중요한 복잡계의 연구소에서는 뻔한 연구는 용납할 수 없다. 복잡계에서 실패는 혁신으로 가는 길이다. 문제의 핵심은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를 구별할 기준 정립에 있었다. 반복되지 않는 혁신의 성격상 나쁜 실패의 표준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하튼 논의의 1차 결론은 '도전에 의한 실패는 지원하되, 태만에 의한 실패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도전에 의한 실패와 태만에 의한 실패를 어떻게 구별하느냐에 달려있었다. 맥아더 장군은 "전투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사업에서 전투와 경계의 구분은 불분명한 것이 현실적 한계였다. 결국 도전에 의한 실패는 배움의 가치가 있으나, 태만에 의한 실패는 배움이 적다는데 의견이 집약되었다. 그래서 학습 효과를 실패 지원의 기준으로 삼게 된 것이다.

학습 효과의 판단은 누가 할 것인가. 역시 표준 법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학습 효과는 집단지능으로 판단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된다. 그런데 전제 조건은 조직내에 편가르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전체를 위한 공유가치가 있어야 집단지능에 의한 학습효과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결국 리더십과 공유가치의 문제로 혁신과 실패의 문제가 귀결된 것이다.



실패에 대한 지원은 도전을 장려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실패 비용이란 부정적 효과가 있다. 실패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은 기업의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실패에 대한 과도한 징벌은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다. 결국 실패 지원을 통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의 균형 감각이 실패 지원의 관건이라는 데 전체의 결론이 모아졌다. 기업의 혁신역량이란 실패 지원의 균형추에 달려있는 것이다.
도전에 대한 실패를 지원하면서 직원들은 자발적 동기부여를 통하여 혁신에 과감히 도전하게 되었다. 실패를 통한 학습은 전체 집단지능을 공유하는 학습이 되었다. 도전적 목표를 설정한 직원들은 단기간에 급격한 역량을 배가해 갔다. 이러한 과정을 도전을 통한 인간과 업적의 통합이라는 이름의 목표관리(mbo)로 정리했다.

소문자의 목표관리(mbo)는 고(故)피터 드러커 교수가 인간의 업적 통합의 대안으로 제시한 이론이나, 현재 컨설팅회사들의 대문자 목표관리(MBO)는 업적만을 반영하는 노르마(Norma)관리다. 진정한 목표관리는 상호합의를 통한 도전적 목표 설정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KPI(key performance index)로 평가하는 결과지향적인 목표관리는 직원들에게 낮은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 수동적 기업문화를 야기한다. 실패하지 않는 수동적 목표를 설정한 타 회사에 비하여 3년 후에는 샐러리맨과 기업가만큼의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새로운 사업들이 여기저기서 봇물터지듯 탄생하여 일부는 실패하고 일부는 성공하여 스핀오프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00개의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15개 이상이 코스닥 상장이 이루어졌다. 활기찬 기업의 에너지는 우수 신규 인력을 끌여 들이는 선순환 과정을 만들었다. 도전적 실패를 지원한 결과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는 나쁜 것이 아니다. 부분의 실패를 통하여 전체는 진화한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쓸모없으나, 돌연변이를 통하여 생명체는 진화해 왔다. 혁신과 실패는 돌연변이와 같이 기업 진화의 원동력인 것이다. 복잡계의 혁신에서 실패는 본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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