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삼성그룹주 맏형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바닥론에 힘입어 주가가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그룹주펀드 수익률은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의 주가가 끊임없이 빠지면서다. 이들 종목의 실적 컨센서스 역시 계속 하향 조정받고 있어 삼성그룹주펀드의 반등 시점도 점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중 전날보다 0.64% 오른 4만7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1.71% 낙폭을 기록한 17일 하루를 제외하곤 9거래일 연속 올랐다. 작년 하반기 반도체 위기 여파로 연초 3만7000원대까지 빠졌던 때와 비교하면 21% 넘게 오른 셈이다.
포트폴리오 비중이 20%에 달하는 삼성전자가 기운을 차렸지만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가 집계한 결과 최근 3개월 삼성그룹주펀드 20개는 평균 4.62% 손실이 났다. 전체 20개 펀드 가운데 1개 펀드(0.02%) 제외한 19개 펀드가 모두 0.77~7.70% 손실을 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삼성그룹리딩플러스1'의 성과가 가장 저조했으며 8809억원으로 설정액이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KODEX삼성그룹주증권 ETF'의 수익률은 -5.88%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 반등과 달리 주요 계열사의 지속된 실적 부진이 그룹주펀드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3개월 전 11만1500원(4월22일)에 거래됐던 삼성물산은 현재 9만3700원대까지 18.9%포인트 떨어졌고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9% 가까이 빠졌으며 삼성생명(-5%) 역시 부진한 주가를 이어왔다.
특히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하반기 실적 추정치가 작년보다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 그룹주펀드 성과도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도 이들 종목의 하반기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며 악화한 투자심리를 보다 자극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물산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9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실적보다 34.1% 급감한 수준이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익(1453억원) 역시 지난해의 4.9%가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1848억원)이 전년 동기대비 -10.6%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데 이어 증권사들은 3분기(-36.9%)와 4분기(-16.4%) 이보다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반등 기대에 못 미친다면 대형주 위주의 하락장에선 그룹주펀드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