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가 3주째로 접어들었지만 정치권은 '초당적 협력'이 아닌 치고 받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2일에도 서로에게 공세를 퍼부으며 '감정 싸움'을 이어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또 경제적인 위협을 막아내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한국당은 불난데 부채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신친일' 발언에 이어 이날도 강공 태세를 견지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말 국익에 초당적으로 함께 대처해야 할 제1야당의 인식인지 우리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며 "다 함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고 백태클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엑스맨이 되는 길"이라고 몰아붙였다.
한국당도 지지 않고 민주당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일본 경제 보복과 관련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은 게 있냐"라며 "반일 감정 선동하고 국민 편가르기를 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데만 바쁘다"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을 겨냥한 듯 "청와대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라며 "이러니 경제 보복 사태를 해결할 생각은 없고 국내 정치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비상협력기구' 설치에 있어서도 '동상이몽'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지난 18일 회동을 갖고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규탄과 국회의 초당적 협력 의지를 담은 공동 발표문을 내놨다. 당시 발표문에서 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자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협력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진전은 없는 상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따로따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일본 수출 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정진석 의원을 임명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당 내에 특위를 구성했다. 구성안을 의결했고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는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방안으로 '수평적 대응'을 시사했다. 최재성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되면 일방적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보복 카드에 대응만 하는 형국에서 (벗어나) 수평적 대응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관련 옵션을 정밀 검토 중"이라며 "지금은 아베 스스로가 제 발등 찍기를 하고 있다. 결국은 일본의 피해가 더 클 것"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이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일본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극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을 놓고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공방이 예상된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문희상 국회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