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소재·부품 장비 분야 많이 뒤져
R&D 확대 등 생태계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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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에 2년 가량 기술 격차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인 소재·부품 장비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을 늘상 뒤쫓는 추격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해 1∼2년 가량의 기술 격차를 보이며 좀처럼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에 상대적으로 강한 일본이 소재·부품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핵심·원천 특허를 확보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중국의 격차를 유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최고 또는 선도 그룹으로 평가되고, 우리나라는 추격 그룹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 부족과 소수 품목 집중, 과도한 대외 의존도 등으로 인해 질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소재·부품 수출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출이 일부 품목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한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의 경우, 대일 수입 의존도가 너무 높아 국산화율이 뒤처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 산업의 대일역조 추이를 보면 지난 40년 동안 누적된 대일무역적자(2150억 달러) 중 소재부품 수입이 주요 적자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 쓰이는 핵심 소재는 일부 소수 기업이 독점 생산하며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어 시장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소재·부품기업이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재·부품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의 부품소재 정책이 대기업 중심, 단순 조립·가공 위주, 해외 기술 도입 등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된 탓에 우리의 소재·부품 산업 생태계가 성숙될 수 있는 토양이 되지 않았다"면서 "소재 R&D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보다는 단기 연구과제에 치중된 채 상용화까지 연계하는 시스템이 취약해 핵심 기술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소재부품 생태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에 대한 정부의 R&D 확대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대외 의존도를 낮춰 자립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엄격한 품질인증과 수출규제를 받을 수 있는 항공, 우주용 소재 등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에 대한 국산화가 시급하다. 타이타늄 소재와 탄소복합소재 등 융합 신소재의 경우 미국, 일본 등이 거의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함께 상용화 연계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산업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대체기술 개발을 위한 집중 투자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독자적인 고유 소재기술 확보와 소재혁신성장 플랫폼 구축을 통해 미래 전략소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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