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시장 정책에 무역갈등 겹쳐
포천 500대 기업 16개社 선정
8개 기업 작년보다 순위 하락
중화권 기업 129곳, 美 따돌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에다 주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 반시장 정책 등의 여파로 한국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뒤로 밀리고 있다. 반면 중화권 기업은 129곳이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 선정돼 121곳에 그친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한강의 기적'이 '황하강의 굴기'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9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지난해와 같은 16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전체의 절반인 8개 기업은 순위가 내려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순위가 3계단 하락한 15위를 기록했다. 지난 1995년 221위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입성한 삼성전자는 2013년 14위, 2014∼2016년 13위, 2017년 15위에 이어 지난해 12위에 오르면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또다시 순위가 밀렸다.
이에 대해 포천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약진에 따른 경쟁 심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그러나 침착하게 이를 견뎌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한국 기업 중 50위권에 든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보다 16계단이나 떨어진 94위로 내려앉았다.
이 밖에 LG전자(185위, -7)와 한국전력(193위, -5), 기아자동차(227위, -8), 한화(261위, -17), 현대모비스(393위, -13), 삼성생명(426위, -5) 등도 작년과 비교해 순위가 내려갔다. 지난해 483위였던 LG디스플레이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순위가 오른 곳은 SK㈜(73위, +11)와 포스코(171위, +13), SK하이닉스(335위, +107), GS칼텍스(376위, +62), KB금융지주(434위, +37), 삼성물산(444위, +14), CJ㈜(463위, +30) 등이었다. LG화학은 490위로 50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대부분 후진한 반면, 중국은 약진을 이어갔다. 포천 중국판에 따르면 중화권 기업은 총 129곳으로 처음 미국 기업(121곳)을 추월했다. 시노펙 그룹은 작년보다 순위가 한 계단 올라 미국 월마트에 이은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 기업을 제외하면 119곳으로, 작년(111곳)보다 8곳 늘었다. 특히 중국 IT·가전 브랜드 샤오미(小米)가 468위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
일본의 경우 52개로 작년과 같았지만 우리나라와 상황은 비슷했다. 작년 6위였던 도요타자동차가 4계단 하락해 간신히 톱 10에 턱걸이하는 등 절반이 넘는 34개 업체의 순위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갈수록 심해지는 규제와 반기업·반시장 정책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라고 진단한다. 특히 올 들어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실적이 흔들리고 있어 한국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통상 압박이 단기간에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과 주52시간 근로제·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생산성 악화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기득권과의 갈등과 각종 규제로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신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업 모델 개발에 적극 도전하고, 정부도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만드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제도와 플랫폼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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