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강경화 등 회동 일정
북한 비핵화 후속 논의 전망
경색된 한·일 관계 언급 가능성
▶관련사설 23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 방한해 한국 정부와 산적한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다. 오는 24일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의 방한은 1박 2일 일정으로, 단독 방한은 그가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방한 일정에서 정 실장 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만난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북간 실무회담 결렬과 관련된 후속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만나 2~3주 내 실무협상을 개최하기로 정했으나, 양측은 기한인 지난 21일까지 한차례의 실무회담도 개최하지 못했다. 지난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뚜렷한 중재안 없이 다시 교착상태로 빠져드는 모습이어서 우리 정부와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한 논의도 나올 수 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을 출발하면서 곧바로 한국에 방문하지 않고 일본을 먼저 방문,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회담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한일 갈등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의 행보여서 주목된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문제 외에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오는 8월 23일까지 한일 양국 중 어느 일방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1년씩 자동으로 연장되는데, 정의용 실장이 지난 18일 5당대표 회동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기본적으로 유지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지만, 미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연장을 원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 선박을 보호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19일(현지시간) 한국 등 자국 주재 60여개국 외교단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위한 호위연합체 구상을 설명했다. 이란의 선박 나포에 맞서기 위해 각국에 동참 요구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만큼 이번 방한 과정에서 공식 파병 요청 등 관련 발언이 나올 수 있다.다만 이 경우에는 대 이란과의 관계, 넓게는 대 북한과의 관계를 염두에 둬야 해 정부의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 4월까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등 관계가 나쁘지 않다. 또 이란과 북한 모두 핵 문제로 얽혀있어 이란에 대한 접근이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까지 북한과 이란에 강도높은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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