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첫해 되레 소폭 줄어
주 52시간에 노동 강도 완화도
이해관계 얽혀 타협 어려울 듯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한국거래소의 증권파생상품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된지 내달로 꼭 3년째를 맞는 가운데 거래시간을 원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라 주목된다.
거래시간 연장 효용성이 떨어지는데다,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된 금융투자업계의 주52시간 근무제로 증권업 종사자의 노동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증권업 종사자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주도로 거래시간 연장 효과 등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창화 금투협 자본시장혁신과제 태스크포스(TF) 반장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조사기관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원상복구하자는 입장과 3년이나 된 정책을 바꾸기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6년 8월1일부터 증권파생상품 정규장 거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30분 연장됐다. 당시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최우선 목표로 거래활성화를 앞세웠다. 일평균 최대 거래대금이 6800억원 가량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거래대금 추이를 보면 거래시간 연장과의 연관성을 찾긴 어려워보인다. 시행 첫해와 이듬해는 되레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5년 8월부터 시행 직전일 기준 8조6000원대였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첫해 8조2000억원에 이어 이듬해 7조8000억원까지 줄었다. 2년차에 접어든 지난해(2017년8월~2018년7월)는 11조9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3년차(2018년8월~2019년7월)인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2000억원으로 다시 쪼그라든 상태다.
거래소 내부에서 조차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시가총액 증가율 대비 거래대금 증가세를 보면 회전율, 시장역동성은 외려 떨어졌다"며 "유동성이 동일한 상항에서 수요공급곡선의 밀도와 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아리에 담긴 물을 접시에 옮긴 것과 같은 이치로 촘촘하지 못한 호가 탓에 고빈도거래만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증권거래시간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증권업 종사자들의 근무조건이 악화할대로 악화했는데 효용성을 주장했던 주체의 합리적인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금투협, 거래소 간 실무협의를 통해 설문조사 과정까지 간 상황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과감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연장된 시스템을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량을 증가시키는 유의적 요소가 되긴 어려우나 투자자 편의성 측면은 인정할 부분"이라며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비용이 크지 않다면 거래시간은 현재와 같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대체거래소 도입이 가시화할 경우 거래소 간 거래시간 경쟁 유발로 원상복구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