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옥기 ETRI 지능정보연구본부장
![[기고] 인공지능도 사람 하기 나름](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2402102369607001[1].jpg?var=1909 "[기고] 인공지능도 사람 하기 나름")
지금 인공지능의 회오리 중심은 '딥러닝'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분간 방대한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지능의 정확도를 판가름하는 본 기술이 곳곳에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딥러닝은 범용성 측면에서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딥러닝은 동일한 데이터에 적용되는 경우에서만 좋은 성능을 보인다. 이미지 데이터에서 객체를 찾거나 시계열 데이터에서 전진적인 예측을 할 때는 유례없는 정확성을 보이나 아쉽게도 여러 데이터의 통합 학습은 어렵다. 둘째, 조건이 바뀔 때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는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다시 학습해야 하는 단점을 가진다. 과거의 반복적인 데이터에서 학습하므로 같은 조건에서만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이 특정 감각만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 것처럼 딥러닝도 마찬가지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동일 데이터 딥러닝을 넘어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같이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복합지능'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상황변경 시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방법론 연구도 필수적이다. 현재 딥러닝이 가지는 약점을 해결해 새로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것이 차세대 인공지능을 준비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인공지능이 대세이다 보니 끼워 맞추기식 사례 또한 빈번하게 인용된다. 우리는 선형동물의 하나인 꼬마선충이 손전등 불빛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다고 해서 지능이 있는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지나갈 때 가로등이 켜진다고 지능형 가로등이라고 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로서 비약이 심하지 않나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는 있다. 다만, 인공지능 가로등이라는 획일적 판단은 좀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가로등 하나만 예로 들어도,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례는 많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사람이 감지되면 불을 켜지는 반사작용으로 시작되겠지만, 여러 종류의 센서를 이용해 동네 미세먼지 상황이 어떤지, 기온은 어떤지와 같은 감각 센서를 추가해 판단도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 지나가는 사람의 상황이 안정적인지 위험한 상황인지도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지능화를 한다면 지금 가로등이 알고 있는 많은 정보를 행인이 바라는 형태로 제공하거나 상호 교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동일 매체에 인공지능을 적용한다고 해도 다루는 범위가 다르고, 그 수준은 계속 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적용 분야만으로 기술의 완성 여부 판단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단계, 두 단계 긴 호흡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현명함이 꼭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중요성과 맞물려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뺏게 될 것이라거나, 기술을 잘못 활용하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훈련 데이터에 따라 편협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다. 그러나 미래학자인 레이몬드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Singularity)은 요원하고 인공지능은 여전히 우리의 제어 범위 안에 있다. 결코, 사람에게 해(害)가 되는 지능을 만들지 않을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에게 가져야 할 공정성이나 윤리의식과 같은 덕목을 알려주고 인공지능이 판단 시 이에 대한 근거를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우리가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요소를 해소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필요한 제3의 도구로 탄생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호미와 냉장고가 인간 삶의 질을 높여주었듯 인공지능은 또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바르고 수준 높은 인공지능과 공존할 것인가는 지금부터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올바른 선택과 추진 여하에 따라 국가지능화는 자연스레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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