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칼럼] 죽은 경제학자들이 바라본 韓日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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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권 칼럼] 죽은 경제학자들이 바라본 韓日갈등

   
입력 2019-07-24 18:25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한일 갈등이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일부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이후, 한일관계는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이 문제를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토드 부크홀츠가 쓴 책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인용해 보자.


일찍이 데이비드 리카르도(1772-1823)의 비교우위론은 이렇게 말했다. "무역상대국의 생산능력이나 기술과 상관없이 자유무역은 두 나라 모두에게 이롭다. 각국은 비교우위산업에 주력하고 세계는 분업화되어야 한다." 비교우위론에 의하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경제적으로 두 나라 모두에게 해롭다.
신고전학파 알프레드 마샬(1842-1924)은 한계이론을 제창했다. "한계이론은 과거를 과거로서 덮어둘 것을 선언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바로 그곳에서 더 나아갈 것인가가 문제일 뿐이다." 한일 무역갈등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제도학파의 톨스타인 베블렌(1857-1929)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체적 판단없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주고 핸드백을 구입한다"고 했다. 바로 베블렌재 이야기다. 한일 무역갈등의 본질적 이유와 책임소재에 대한 아무런 판단없이 많은 국민이 반일정서로 일제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베블렌의 제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는 더 나아갔다. "기업이 수요에 맞춰 생산한다고? 잠 깨! 기업은 자기네들의 공급에 맞춰 수요를 주무르려 드는 거야!" 시장경제 원리에 의하면, 삼성과 하이닉스가 주문하면 일본기업은 주문량 만큼 핵심소재를 수출해야 맞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소재공급을 통제함으로써 수요를 주무르려 들었다. 독과점력이 클수록 그 동기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제도학파에 반기를 든 신제도학파는 경제학적 사고를 법률세계로도 확대했다. 그들은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할 때 발생하는 대리비용(agency cost)에 주목했고, "행위를 바꾸려면 인센티브, 즉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을 모르는 법조인들은 사회를 위협한다!"고도 했다. 한일 무역갈등의 시초가 된 대법원 판결을 주도한 법관들이 경제학을 잘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대 거시경제학의 창시자 존 케인즈(1883-1946)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1930년 전후 미국에서 발생한 대공황이다. 당시 자유시장 기능은 마비됐고 실업률은 치솟았으며 GDP는 반토막났다. 케인즈는 국가경제가 자동차라면, '정부지출증가+세금인하'가 엑셀러레이터이고, '정부지출감소+세금인상'이 브레이크라고 했다. 케인즈 학파의 뉴딜정책으로 미국은 대공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케인즈 학파를 비판한 밀턴 프리드만(1912-2006)의 통화주의는 "정부는 대개 형편없는 운전사이므로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써야 하며, 운전대도 독립적인 기관, 즉 연방준비은행이 잡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정부지출을 늘리고자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동시에 세금도 인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아직까지 통화정책으로 경제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남아있다"고 했다.

케인즈와 통화주의 이후에 등장한 공공선택학파와 합리적 기대이론학파는 이렇게 얘기한다. "정부는 보통 경제를 해친다. 정부의 개입이란 요술쟁이의 장난처럼 환상에 불과한 것. 그것은 현실을 바꿔 놓을 수 없다!" 그 진위에 관계없이, 한일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한국경제는 점점 더 심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정부, 기업, 국민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에 충실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쉬이 가실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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