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반도체전쟁, 不戰勝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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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일 반도체전쟁, 不戰勝 노려야

   
입력 2019-07-25 18:14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풍수지리설의 형국론(形局論) 중에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이란 것이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지형의 크기와 성질을 파악하여 각각 코끼리·호랑이·개·고양이·쥐의 다섯 동물로 인식하는데, 이런 다섯 지형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으면 안정된 지형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수부동격에서는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 하지만 뒤에 있는 개가 신경쓰여 어쩌지 못한다. 개는 고양이를 잡고자 하나 그 뒤에 있는 호랑이가 무섭다. 호랑이 뒤에는코끼리가 버티고 있다. 덩치는 크지만 동작이 느린 코끼리는 적이 없을 것 같지만 쥐가 귀찮다. 코끼리 코로 쥐가 들어가서 이리저리 쥐어뜯으면 괴로울 수 밖에 없다.
한반도는 항상 뜨겁다. 대륙과 해양세력이 맞부딪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서로 세력 경쟁한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시각, 중국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답이 나온다. 미국의 관심사는 북한의 미사일이 아니라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위협이다. 중국은 한국이 관심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려는 의도를 경계한다. 중국은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통한 미국의 견제가 목적이다. 중국은 얼굴을 붉힐 수는 있어도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못한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이고, 한국전에서 흘린 피를 포기한다면 국가 위신 문제이고, 중국의 창업자인 마오쩌둥의 판단 미스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오수부동격의 형국에서는 강자도 패자도 없다.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공존이 해법이고 살길이다. 중국과 사드문제, 미국과 북한 핵문제, 일본과 반도체문제에서의 한반도 상황은 바로 '오수부동격의 원리'를 생각해서 답을 내야한다.

한반도에서 한국이 절묘하게 균형추를 조정하면 미중의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고, 균형을 잘 못 잡으면 낭떠러지에 추락할 위험도 있다. 한국이 비록 미·중·일에 비하면 약하지만 미·중·일이 제재한다고 비겁하게 굴종하면 진짜 다친다. 우리 한국이 자기역할을 제대로 하면 미중 양대 강대국이 한반도에서 바둑 두고 일본과 러시아가 훈수 두는 오수부동격의 형국에서 반드시 세의 안정을 이룰 수 있다.



국민과 언론은 정부가 '밀당'에 유리하게 힘을 실어주고 단합해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끼리 내부 분열로 우왕좌왕하고 지리멸렬하면 당한다. 국익과 국가안전은 큰 시각에서 봐야지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의 시각으로 보면 안된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한일 간에 반도체소재 전쟁이 벌어졌다. 한국을 침략했고, 지배해본 경험이 있는 일본이다. 일본의 집요함과 끈질김을 낮게 보면 안된다. 그리고 준비 안된 전쟁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장수가 싸움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걸고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 목숨이 없어진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 그런 결기와 상대를 쓰러뜨릴 필살기가 없으면 싸움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백전백승(百戰百勝)보다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不戰勝)이고, 부전승보다 좋은 것은 남의 칼로 상대의 목을 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칼날을 쥔 것인지, 칼자루를 쥔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오수부동격의 형국에서 한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부전승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 제재한 3대 핵심소재를 기업·학교·정부가 나서 6~12개월 안에 국산화하는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최대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일본이 당황해 스스로 제재를 풀게할 부전승(不戰勝)의 묘수다.

세계 메모리시장의 75%를 장악한 한국, 3개월치 소재재고를 핑계 대고 가동율을 50%로 낮춰 재고소진을 6개월로 늘리면 메모리반도체 공급은 37.5%가 줄고 메모리가격은 폭등한다.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중국과 세계 ICT제품의 최대수요자인 미국이 메모리가격 상승의 폭탄을 안게 된다. G12인 한국이 아무리 얘기해도 G3인 일본이 귓등으로 흘려버리지만 G1, G2인 미국과 중국이 피해보면 G3를 가만둘 수 없다. 남의 칼로 적을 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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