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남 칼럼] 克日과 反日사이… 비상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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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남 칼럼] 克日과 反日사이… 비상구를 찾아라

강주남 기자   nk3507@
입력 2019-08-04 18:21

강주남 산업부장


강주남 산업부장
대한민국이 사상 초유의 '복합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증유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일 관계가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이 기어이 한국을 우방국가 명단,이른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다. 일본은 우리를 '신뢰 못할 적색국가'로 낙인찍었다. 이는 명백히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2차 보복이다. 일본이 한국의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수출을 통제해 한국경제를 본격적으로 옥죄기 시작한 것이다. 2004년 이후 한국이 갖고 있던 백색 국가 지위를 빼앗기면서 우리 기업들은 당장 오는 28일부터 핵심 소재·부품 조달에 큰 타격을 입게됐다. 1100여개 일본산 전략 물자에 대한 수입 절차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의 틈을 타 주변 열강은 우리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제집처럼 들락날락하며 유린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혼밥' 외교 굴욕이란 비난까지 들어가며 관계복원을 시도했던 중국은 아직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보복을 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올인' 하다시피 한 북한은 일주일새 세 차례나 발사체를 쏘며 도발을 재개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진행되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반발이자, 오지랖 떨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안보동맹인 미국과 일본은 단거리 발사체는 자국 안보에 영향이 없다며 "문제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고립무원의 구한말 상황이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했지만, 당장 복합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도 막힌 상황이다.

파국을 막을 중재자 역할을 기대했던 미국은 '말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친구' 아베의 간교하고 치밀한 계략이 먹혔을 공산이 크다. 아베는 한국으로 수출된 군사 전용 가능 물자 중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야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들어 한미동맹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카드를 다시 뽑아 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혜택 박탈'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항모(航母) 파견비용까지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뜯어갈 궁리에만 열중이다.



아베의 급습에 허를 찔린 문 대통령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일 관계는 당분간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곧바로 우리 정부는 일본의 횡포에 맞서 백색국가 제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 등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핵심 소재·부품의 대일 의존도는 높은 반면, 우리가 우위에 있는 품목은 반도체 등 극소수다. 때문에 백색국가 카드는 실효성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소미아의 경우도 미국을 움직이는 카드일 수 있지만,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WTO 제소 역시 국제사회 영향력이 큰 일본을 상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결기와 달리 아직까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휴가 반납하고, 회의 자주 하는 건 그만큼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결국 한일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면 '12척의 배'와 '죽창'만을 든 아군의 피해만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도 '8대 2'의 열세를 점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기업들은 소재·부품 확보를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한 중소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6조원에 가까운 추경이 긴급편성됐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 충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낼지는 미지수다.

이미 한국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과 반도체 가격 하락, 주52시간 근로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강성노조의 득세, 반시장·반기업 정책 등으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하지만 성적표는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일본의 추가 규제는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더해 불확실성을 확 키웠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도 2%를 밑돌 가능성도 커졌다. 주요 상장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37% 급감하는 등 기업 실적은 악화일로다. 하반기도 반등을 점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됐고, 원화가치는 2년7개월만에 최저로 주저앉는 등 금융시장도 충격에 휩싸였다. 투자수익률은 주요 20개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자고 나면 터지는 악재에 우리 기업들은 미래투자는 커녕 불확실성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급기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일본의 2차 보복으로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아베의 만행에 온 국민이 분개하고, 결사항전의 결기를 불태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전쟁을 미리 막지 못하고, 꼴랑 배 12척과 죽창만 들린 채 우리 기업을 전쟁터로 등떠민 정부는 과연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반일(反日) 불매운동을 선동하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경제전쟁에서 죽어나는 것은 백성이요, 망하는 것은 기업이다. 자영업 위축과 일자리 감소, 세금폭탄에 국민들의 삶은 지금도 충분히 고단하다.

차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대응 방식의 실효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일 간 무역에서 소비재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중간재 부품이라 불매운동이 일본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금은 궁극적 극일(克日)을 위한 냉정함이 절실한 시점이다.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혜안(慧眼)을 기대해본다.

강주남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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