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이트리스트 日제외' 유보
WTO 제소 이전 선행조치 분석도
정부가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맞서 우리나라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일본이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추가 수출규제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데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 이후 한 달여 만에 해당 품목에 첫 수출 허가를 내주는 등 경제보복 공세 수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일본을 한국 화이트리스트 국가 '가' 지역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논의했다. 일본을 '가' 지역에서 배제하고 신설하는 '다' 지역에 포함하는 게 골자다. 이날 회의에선 '다' 지역 분류 방식과 세부적 규제내용을 비롯, 수출통제제도 적용 범위 등을 논의됐지만,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정부 관계자는 "일본을 가 지역에서 제외하고 다 지역에 넣는 안은 일단 진행될 예정이지만, 규제 방식이나 일정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추후 다시 관계장관회의 등을 열어 구체적인 것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7일 3대 수출규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감광제)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반도체 제조용 감광제), 플로오린 폴리이미드(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휘는 필름) 등 3개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용 소재에 대해 정부의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그동안 3개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개별허가는 없었지만, 지난 7일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첫 허가를 내줬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10나노급 이하의 초미세 회로를 새겨넣는 반도체 제조 과정 가운데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필요한 감광제다. 이는 삼성전자가 일본 소재 기업에 공급을 요청한 물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수출규제가 경제보복 조치가 아니고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앞서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행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공포와 함께 공개한 시행세칙 '포괄허가 취급요령'에서 추가로 수출규제 강화 품목을 지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지정하지 않았다.
일본이 경제보복 공세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도 일단은 '강대강' 맞대응 조치를 유보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 총리는 이날 "우리는 일본의 경제 공격이 원상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포함한 특정국가 과잉 의존의 해소,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력적 분업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이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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