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악화된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료와 실손 의료보험료 인상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보업계의 맏형 삼성화재의 보험료 인상·인하 결정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42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6%가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차량 정비요금 인상 등 보험금 원가 상승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올 하반기 3차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에 대해 삼성화재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병택 삼성화재 자동차보험파트장은 지난 9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감독당국이 공식적으로 3차 인상을 막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3차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을 우려해 우량계층 확대, 손해관리 강화, 사업비 효율화 등 손익 악화를 최대한 방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또한 상반기 기준 손해율 117%로 지속해서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상승에 대해선 내년 초로 전망했다. 이날 정병록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 팀장(상무)은 "일부 손해율 급등한 부분과 관련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을 금융당국 건의서에 담고 있다"면서 "금융당국과 합리적인 부분으로 소통하고 있어 내년 초 요율 개편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보 업계는 이번 어닝시즌에 삼성화재를 필두로 손보사들이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노동가동연한 상향 조정, 추나요법 급여화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는 반면 보험료 인상 폭이 미미해 손해율이 급등하는 추세다.
이에 일부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하는 대신 보험료 할인특약의 할인율 낮추는 대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손해율 상승 등으로 국내 손보사들의 실적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메리츠화재는 다른 행보를 보여 여타 손보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에도 당기순이익은 6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 늘어나는 등 주요 손보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올랐다.
NH투자증권은 "메리츠화재의 2분기 순이익은 669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삼성화재를 비롯해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국내 주요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두 자릿수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비교된다.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높아지는 자동차보험 비중을 낮추고 장기인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만 1분기 손보 자동차에서 수익을 냈는데 소극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면서 "대신 메리츠화재는 1분기 치매보험 한도를 3000만원까지 확대해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