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당 소비량 세계 2위
정부의 '탈(脫)원전'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석탄 소비량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석탄 소비가 증가했다.
18일 영국 에너지그룹 BP가 발표한 '2019년 세계 에너지통계 리뷰(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8820만 TOE(석유환산톤)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이는 중국, 인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소비량이다. 1인당 석탄 소비량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1.73 TOE로 세계에서 호주(1.77 TOE)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석탄 소비 대국인 중국(1.35 TOE)보다도 많다.
OECD 주요국인 미국(-4.3%), 일본(-2.1%), 독일(-7.2%), 영국(-16.6%) 등의 석탄 소비량이 감소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만 증가했다.
OECD 전체 36개 회원국 중에서 콜롬비아(13.5%), 뉴질랜드(8.3%), 핀란드(7.3%), 터키(7.1%), 벨기에(6.5%) 등 5개국의 석탄 소비 증가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았지만, 절대적인 석탄 소비량이나 경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요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석탄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발전용 유연탄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은 전체 사용량의 67% 수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57만647GWh) 중 석탄화력 발전량(23만8967GWh) 비중은 42%로, 원전·LNG·신재생에너지 등 전체 발전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대한석탄협회 통계로도 지난해 국내 총 석탄 소비량은 1억3359만 톤으로 전년 대비 2%(254만 톤)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발전 부문 석탄 소비량은 9076만 톤으로 전년보다 2%(246만 톤) 늘었다. 전체 석탄소비 증가량의 97%가 발전 부문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력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원전 발전 비중을 낮추다 보니 현재로선 원전에 이어 발전단가가 낮은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비해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석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23개 이상의 국가와 지방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등은 석탄산업 투자를 배제하기로 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석탄은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도 싸다는 이유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세계 최대 연기금과 금융기관들은 이미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선진국에서 석탄 퇴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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